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국, 日 기업경쟁력 약화 요인 답습”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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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체결 지연 등 따라하려 해”

일본이 1월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낸 것과 관련해 일본 경제 부진의 근본 원인이 기업 경쟁력 약화에 있으며, 최근 한국도 일본의 전철(前轍)을 밟고 있다는 우려가 대두됐다.

LG경제연구원은 21일 ‘일본 기업의 실패와 성공의 교훈’ 보고서에서 일본 기업들은 1990년대 성장 변곡점에서 혁신을 추구했지만 방향을 잘못 잡아 주저앉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화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고 기존 기술을 개량하는 데만 집착해 제품의 진부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워크맨’에 집착했던 소니는 애플 ‘아이팟’에 시장을 빼앗겼고 TV에서도 삼성, LG에 밀렸다. 연구개발(R&D)도 했지만 실현하기 어려운 기술적 과제에만 매달리다 보니 기술특허가 상품 개발로 연결되지 않는 오류도 범했다.

조직 경영에도 실수가 있었다. 성과를 높이려 미국식 연봉제를 도입했는데 공동체 의식이 강한 일본 기업 내부에서 마찰이 생기고 당장의 성과에 집착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지평 연구위원은 “1990년대 일본의 경제 상황이 현재 한국과 비슷하다”며 “한국 기업들은 당시 일본 기업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올바른 방향으로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의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 ‘6중고’를 한국이 답습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일본의 6중고는 엔고, 높은 법인세, 과도한 노동규제, 전력수급 불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지연, 지진 등을 말한다.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엔고, 자연재해를 뺀 4가지 항목에서 한국의 현실이 일본을 뒤따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재벌세’, ‘휴일근무의 연장근로 포함’, ‘FTA 원상복귀’ 등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높이는 정책들”이라며 이런 식으로 가면 기업이 우리 땅에서 사업 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본 기업들은 40%나 되는 법인세와 비싼 인건비를 피해 공장뿐 아니라 기업 핵심기능과 고도기술 제조업 부문도 이전하고 있다”며 “한국도 기업을 묶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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