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챙겨라” 기업들 실탄 비축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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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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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열사 지분매각-유상증자 등 활발한 움직임

글로벌 경제의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향후 유럽발(發) 재정위기의 여파로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 알짜배기 매물이 나오면 빠르게 낚아채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깔린 것이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계열사 지분이나 비(非)업무용 자산의 매각,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채권 발행 등으로 현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비업무용 자산의 매각과 포스코파워, 포스코특수강 등의 계열사 기업공개를 통해 7조2000억 원가량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3일 실적발표회에서 “지난해 부채비율이 높아 신용등급이 낮아졌다”며 “올해는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웅진그룹이 대표 계열사인 웅진코웨이 매각에 나선 것도 현금 확보를 위한 초강수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그룹 전체 매출 6조1000억 원의 27%를 차지할 정도로 그룹의 핵심이자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의 역할을 해 왔다. 웅진그룹 측은 “매각대금으로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을 중심으로 한 태양광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극동건설 인수 후 고질적인 자금난에 시달려 온 웅진이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핵심 계열사를 선제적으로 매각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LIG그룹이 계열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영권을 지키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의도인 것이다. 경기 불황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이달 초 자금 조달을 위해 각각 2000억 원, 22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비교적 자금여력이 있는 기업들도 불황기에 값싸게 매물로 나오는 기업을 과감하게 사들이기 위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KCC는 지난달 현대중공업 주식 249만 주를 팔아 6972억 원을 확보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에는 만도 지분 전량을 6370억 원에, 12월에는 현대차 주식 111만5000주를 2397억 원에 각각 처분했다. KCC가 최근 주식 처분을 통해 확보한 금액은 1조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KCC 측은 “주식 처분은 투자자금 회수를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인수합병의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해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었던 LG전자는 유상증자를 실시해 1조 원 규모를 확보했다. LG전자는 이를 TV 생산기지 확장과 롱텀에볼루션(LTE) 제품 개발 등을 위한 시설 및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현금을 많이 확보하면 안정적인 신용등급을 받아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데다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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