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잠수함 입찰 담합” 4곳에 과징금… 나눠먹기냐 기술협력이냐, 60억 진실게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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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업체들 “현실 모르는 결정”

공정거래위원회가 차세대 잠수함 사업 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혐의로 대기업 방위산업 계열사 4곳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방산업체들은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에서 공정위가 차세대 무기 개발을 위한 국내 업체 간의 기술협력을 담합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는 5일 2009년 국방과학연구소가 발주한 차세대 잠수함 개발산업인 ‘장보고Ⅲ’ 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혐의가 있다며 삼성탈레스와 LIG넥스원, STX엔진, 한화 등 4곳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모두 59억9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장보고Ⅲ 사업은 2020년까지 2조7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3000t급 잠수함을 생산하는 사업으로, 국방과학연구소는 잠수함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체계 분야와 수중에서 물체를 탐지하는 소나체계 등 9개 분야에서 입찰을 진행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LIG넥스원과 STX엔진, 한화는 2009년 3월 3137억 원 규모의 장보고Ⅲ 소나체계 시험제품과 관련한 협력업체 입찰 4건을 회사별로 배분해 단독으로 입찰하기로 합의했다. 또 LIG넥스원은 사흘 뒤 삼성탈레스와 만나 세 회사의 합의 사실을 전한 뒤 소나체계 입찰에 불참하고 전투체계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하도록 권유해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는 다른 방산업체가 이들의 담합의혹을 신고하면서 2009년 8월부터 2년 넘게 진행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입찰에 앞서 업체들이 분야별 입찰 참여 기업을 정한 것은 명백한 담합”이라며 “정부가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업체별로 특화된 기술을 개발하도록 유도한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2008년 폐지됐는데도 업체별로 업무영역을 지키기 위해 담합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에 대해 방산업체들은 “국내 방위산업의 현실을 모르는 결정”이라며 반박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기술 유출을 우려해 해외 기술협력을 차단한 상황에서 차세대 잠수함을 독자 개발하려면 각 분야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는 회사들끼리의 기술 컨소시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전문화·계열화 제도로 삼성탈레스는 30년간 함정 전투체계, LIG넥스원 등은 소나체계에 특화된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업체 간 기술협력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당시 입찰 평가기준에서 기술평가가 전체 점수의 90%를 차지하고 가격점수는 10%에 불과했기 때문에 업체 간 기술력 차가 큰 상황에서 굳이 담합을 벌일 이유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전략무기 개발을 위한 자국 기업의 기술 컨소시엄에 담합 규정을 적용하는 나라를 본 적이 없다”며 “방위산업을 건설업과 똑같이 보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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