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신속한 혁신, 성공 기업 손엔 세 가지 열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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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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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성공 위한 3가지 비밀 열쇠
1. 사람 수 2. 연결마디 3. 보상체계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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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확산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라디오가 처음 발명되고 5000만 명이 사용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38년이었지만 TV는 시장에 나온 지 13년 만에 50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TV가 라디오보다 기술의 확산 속도가 3배 정도 빨랐던 셈이다. 사용자 5000만 명을 넘어서는 데 인터넷은 4년, 아이팟은 3년, 페이스북은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기술 혁신의 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기원전에는 혁신이라고 부를 만한 사건은 철이나 유리 개발, 계산기 발명 등 12가지에 불과했다. 이후 1000년경까지는 종이, 증기, 도자기 등 8가지, 1600∼1700년에는 망원경, 현미경, 진공펌프 등 17가지 정도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발명에 포함됐다. 1800∼1900년에는 60가지, 1900∼2000년에는 수백 가지의 혁신적인 제품이 등장했다.

21세기 정보기술(IT) 사회에서 혁신은 필수요소다. 빨라지고 많아지는 ‘혁신의 바다’ 속에서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뛰어넘고 빠른 혁신으로 성공 고지에 신속하게 오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혁신에 관한 오해와 진실


빠른 혁신을 위해서는 혁신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혁신과 관련해서는 유독 오해가 많다. 우선 ‘똑똑할수록 창의적’이라는 오해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능지수(IQ)와 창의성의 상관관계는 IQ 120 정도까지는 유의미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면 큰 의미가 없다. 둘째, ‘젊을수록 더 창의적’이라는 주장도 맞지 않다. 나이와 창의력은 큰 상관성이 없는 것으로 연구결과 드러났다. 셋째, 혁신은 전문가나 창조적인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다. 상당수의 위대한 혁신이 제품 생산 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나 고객과 같이 혁신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나 제안에서 시작했다. 넷째, 혁신은 ‘완전히 다른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전과 전혀 다른 혁신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워 실패하기 쉽다. 마지막 오해는 ‘모든 혁신은 좋다’는 생각이다. 사실 수많은 혁신 아이디어가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시장에 얼굴도 내밀지 못하고 사장됐다. 이처럼 혁신에는 나이도, 지능지수도, 전문성도 크게 중요치 않다. 기존 제품이나 아이디어와 완전히 달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고객의 눈높이에서 조금이라도 새롭고 편리하고 눈에 띄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면 훌륭한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 달라진 혁신 모델


전통적인 혁신 모델은 ‘선형 모델’이다. 새로운 발견과 평가를 거쳐 혁신적인 아이디어라고 판단되면 상용화 계획을 세운다. 이어 실제 상용화가 가능한지를 판단하고 시험적으로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만들어 고칠 점이 없는지 따져본다. 그런 뒤에 상용화에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사용자 의견 등을 모아 제품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친다. 처음 아이디어 발견 단계에서 이용 후기를 모으는 단계까지 보통 몇 달에서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최근의 혁신 모델은 혁신과정의 주체들이 거미줄처럼 서로 이어진 ‘그물망 모델’이다. 기업은 물론이고 소비자, 공급자, 동업자, 정부 연구소, 벤처회사, 가상 네트워크 등 모든 관련자가 실시간으로 연결돼 혁신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아이디어 채택에서 상용화까지 걸리는 시간도 빠르면 몇 주, 길어도 몇 달을 넘지 않을 만큼 신속하게 이뤄진다.

신속한 혁신 모델을 활용하려면 먼저 우리 회사가 얼마나 혁신적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혁신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회사가 혁신이 많이 이뤄진 회사와 같은 방법과 수준으로 혁신에 나선다면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혁신 성숙도’는 △1단계: 예측하기 어려운 혁신 △2단계: 검증된 혁신 △3단계: 다듬어진 혁신 △4단계: 빠르고 효과적인 혁신 △5단계: 시장 주도적인 혁신 등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혁신 성숙도의 단계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이익과 예측 가능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즉, 시장을 이끌어갈 혁신 역량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의 혁신 성숙도를 따져보는 구체적인 기준은 혁신전략, 아이디어 소싱과 배양, 자원 및 실행 관리, 혁신 수준과 속도 등이다.

○ 빠른 혁신 가져오는 세 가지 비밀 열쇠


회사의 혁신 정도를 파악했다면 그 다음은 자신의 위치보다 더 높은 단계의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좀 더 빠르게 다음 단계의 혁신에 이를 수 있는 3가지 비밀 열쇠는 사람 수, 연결 마디, 보상 체계다. 빠른 혁신을 가져오는 첫 번째 비밀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혁신 과정에 참여하느냐’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얼마나 많고 다양한 네트워크, 즉 연결 마디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다양한 협업도구와 소규모 웹사이트, 블로그, 워크숍이나 포럼 등이 모두 중요한 연결마디다. 혁신 과정에 있는 사람들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지, 그 연결고리는 얼마나 튼튼한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개발에 기여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도 빠른 혁신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혁신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없다면 새로운 도전에 나서려는 사람도 계속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혁신적인 활동에 참여하는 계기가 무엇인지, 어떤 보상이 사람들을 혁신적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지를 세밀하게 연구해 조직원들을 혁신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러한 비밀열쇠를 잘 활용해 빠른 혁신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사업 라인, 시청자, 기업, 조직 구조 등 4개 분야에서 35개 혁신 전략을 세운 뒤 빠른 혁신으로 가는 세 가지 비밀 열쇠를 꺼내 들었다. 110명의 고위간부와 100명의 직원, 15개 이상의 공급업체, 1000명이 넘는 수용자가 혁신 과정에 참여했다. 수백 명의 사람들과 유기적인 연결망을 유지하며 공동작업을 벌였고 BBC 웹사이트의 블로그에 회사의 전략을 공개한 뒤 대중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모았다. 누가 혁신 과정에 기여했는지 웹사이트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알릴 뿐 아니라 혁신의 품질, 영향, 과정 등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성과에 맞게 보상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빠른 혁신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지금 우리 회사의 혁신수준은 어디에 와 있는지 파악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 속에서 실마리를 찾아낸 뒤 효과적인 협업을 거쳐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혁신 과정 내내 끊임없는 점검과 관찰, 집중이 필요하다.

닉 테일러 액센츄어 코리아 테크놀로지 대표  
정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이 글의 전문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96호(1월 1일자)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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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포럼2011’ 총정리

▼ Special Report


세계적인 경영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마크 크레이머 FSG 대표가 최근 제시한 ‘공유가치 창출(CSV)’ 개념이 자본주의 위기의 돌파구를 열어줄 ‘빅 아이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2011년 12월 6일에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에서는 기업이 자체 혁신을 통해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공동체에 대한 기업의 역할도 다하는 CSV 개념과 실행방법론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포터 교수의 기조연설, 패널 토론, 토크콘서트와 크레이머 대표의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CSV를 적용하고 있는 GE, IBM, 네슬레 등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 발표 내용을 소개한다.

의사결정에 최적인 전략틀은?

▼ MIT Sloan Management Review


5대 경쟁요인 분석, 포트폴리오 점검, 핵심 역량 분석, 이익풀 검토, 경쟁환경 분석…. 관리자들은 의사결정을 위해 다양한 전략적 틀을 활용한다. 하지만 과연 어떤 전략적 틀이 적합한 것일까. 그리고 언제 그 전략을 활용해야 할까. 시기별로 수십 개의 업계 선두 기업이 직면한 중요한 전략적 선택을 분석해 보면 서로 다른 전략적 틀의 논리가 입지 전략, 활용 전략, 기회 전략 등 3개의 원형으로 나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자사가 당면한 주위 환경, 현재 보유 중인 자원, 지금까지 구축해온 관계 등에 따라 가장 적절한 전략 틀을 선택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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