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현장에서]서민에게 진짜 ‘미소’ 돌려주는 길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경기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 방문 당시 배추장사를 하고 있던 강계화 할머니(71)에게 청와대 시계를 풀어주며 “이것 차고 ‘미소(美少)금융’에 가 보시라”고 했다. 미소금융은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사람들에게 무보증 무담보로 소액대출을 해주는 서민금융이다.

1년 3개월이 지난 이달 16일, 영하의 날씨에 시장 한쪽에서 철제 드럼통에 나무판자를 넣어 불을 피우고 있는 강 할머니를 만났다.

그는 이 대통령 말대로 미소금융에서 500만 원을 대출받았다. 강 할머니는 “보증인도 없이 대출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너무 감사하다 ”고 말했다.

하지만 장사할 청과물을 경매로 들여오고, 기존 대출금 3000만 원에 대한 연 20%에 이르는 이자를 내고, 생활비조로 여기저기 쓰다 보니 미소금융 대출 500만 원은 금세 바닥이 났다.

대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강 할머니는 매달 원리금 14만 원씩을 갚고 있다. 500만 원을 빌릴 땐 고마웠지만 빚 갚을 일만 남은 지금 할머니에게 월 14만 원은 큰 부담이다.

강 할머니는 10월 원래 살고 있던 구리 수택동 월세방에서 나와 시장 안 가게에서 할아버지와 쪽잠을 자는 더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장사도 안 되는데 월세를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를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었다.

미소금융은 강 할머니의 생활고를 잠깐 덜어줬지만 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 주진 못했다. ‘가난의 굴레’가 여전히 할머니를 옥죄고 있다.


그나마 강 할머니는 미소금융의 혜택을 쉽게 받았지만 적지 않은 서민들은 복잡한 자격요건을 맞추지 못하거나 일부 상인회가 보증인을 요구하는 바람에 대출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다. 출범 2년째를 맞는데도 대다수 서민이 미소금융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현실도 문제다.

미소금융은 세계에 유례를 찾기 힘든 저금리 서민금융 상품이다.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컨설팅 기능 확대, 대출절차와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 홍보 강화 등의 조치만이 서민들에게 작지만 아름다운 미소를 돌려줄 수 있는 길이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