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상장 먹구름… 넥슨 이어 징가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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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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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가 아래로 떨어져… IT 비관론 확산

한국 최대 게임업체 넥슨이 14일 도쿄증시에 상장했다. 이틀 뒤에는 미국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는 게임업체인 징가의 주식이 뉴욕증시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두 회사의 주가는 모두 공모가격 아래로 떨어졌다.

도쿄증시에서 넥슨은 주당 1300엔(약 1만931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16일 주가는 1100엔까지 떨어졌다. 징가도 16일 주당 10달러(약 1만1570원)의 공모가로 거래됐지만 장이 끝날 때엔 9.5달러로 내려앉았다.

올해 초만 해도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제2의 정보기술(IT) 거품’을 우려하는 얘기가 나왔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게임의 급성장으로 시장이 과열되리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연말이 되자 우려의 방향은 반대로 바뀌었다. 시장에서는 2012년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 거품보다 비관론


넥슨과 징가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모두 원화 기준으로 약 8조 원이다. 넥슨은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겠다며 서울보다 규모가 큰 도쿄증시를 상장의 무대로 택해 화제를 모았다. 징가도 10억 달러(약 1조1600억 원)의 자금을 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뉴욕증시로 향했다. 징가의 상장은 2004년 구글의 기업공개 이후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상장 직후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장 환경이 최근과 비슷했던 2004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구글이 상장과 동시에 주가가 수직상승한 것을 떠올리면 예상 밖이었다.

이에 따라 제2의 IT 거품을 걱정하기는커녕 IT 기업들의 미래가 어두운 게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의욕이 매우 낮아졌다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과 함께 성장했던 모바일 인터넷 라디오 ‘판도라’도 올해 6월 뉴욕증시에 상장했지만 최근 주가가 공모가의 3분의 2 수준으로 낮아졌다. 비즈니스맨을 위한 SNS로 화제를 모았던 ‘링크드인’도 5월 상장 이후 주가가 한때 122달러를 넘었지만 16일에는 65달러까지 떨어졌다. 구글, 애플,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덕분에 꿋꿋이 성장했지만 이런 기업들이 이끄는 ‘모바일 경제’가 주변 기업들까지 살찌우지는 못한 셈이다.

○ 내년은 어떻게 되나


문제는 내년이다. 올해 상장된 주요 IT 기업들이 증시에서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 내년 IT 기업들의 상장에도 먹구름이 끼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는 구글의 기업공개 후 최대 규모인 페이스북의 뉴욕증시 상장도 예정돼 있다. 구글은 2004년 상장 때 증시에서 약 16억7000만 달러를 모았지만 페이스북은 이보다 훨씬 많은 10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페이스북조차 기업공개로 자금을 모으기 어렵다면 더 작은 기업들은 더욱 고전할 수밖에 없다. 결국 IT 산업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투자의욕 부진은 유럽의 금융위기 등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영향일 뿐이라는 견해도 있다. 일단 유럽 위기가 진정되고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 IT 활황이 시작되리라는 것이다. 구글과 아마존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투자자로 유명해진 벤처캐피털리스트 존 도어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미래 시점에서 지금을 돌아보면 이 시기가 제2의 인터넷 활황의 시작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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