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단칸방 출발 17년만에 세계 3위 게임업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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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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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증권거래소 상장… 첫날 총 2825만주 거래

최승우 넥슨저팬 대표가 14일 넥슨의 도쿄 증시 상장을 알리는 종을 치고 있다. 넥슨 제공
최승우 넥슨저팬 대표가 14일 넥슨의 도쿄 증시 상장을 알리는 종을 치고 있다. 넥슨 제공
14일 오전 8시 55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TSE). 김정주 NXC(넥슨의 지주회사) 회장이 오른손에 쥔 망치가 미세하게 떨렸다. TSE는 거래소 가운데 설치된 종을 망치로 울리면서 개장한다. 전통적으로 TSE에 새로 상장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이 종을 울릴 기회를 얻는다. 8시 59분, 김 회장이 힘차게 타종했다. 이어 최승우 넥슨저팬 대표, 서민 넥슨 대표, 박지원 넥슨저팬 이사, 넥슨저팬의 오언 마호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순서대로 종을 울렸다. 5번의 종소리가 객장을 울리자 오전 9시 거래소 전광판에 ‘넥슨’이라고 쓴 일본 글자(ネクソン·네쿠손)가 떠올랐다.

지난달 10일 김 회장은 넥슨이 도쿄 증시 상장심사를 통과할 때 “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순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최근 ‘메이플스토리’ 백업서버에 대한 해킹 공격으로 130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새어 나가는 악재가 상장에 어떻게 반영될지로 노심초사했던 그였다. 1994년 단칸방 사무실에서 시작한 넥슨은 이날 17년 만에 일본 도쿄 증시에 상장하며 글로벌 게임회사로 화려하게 비상(飛上)했다.

○ 한국 게임 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국내 최대 온라인게임 업체인 넥슨이 14일 도쿄 증시 상장과 함께 기업공개 절차를 마무리했다. 1300엔(약 1만9240원)의 공모가에 시초가는 1307엔이었다. 그러나 이어 1222엔에서 1310엔까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다 공모가에 다소 못 미치는 1270엔(약 1만8796원)으로 이날 오후 3시 장을 마감했다.

거래량은 총 2825만5700주. 공모가 이하로 마감된 주가가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이날 도쿄 증시 전반이 약세였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넥슨은 상장과 함께 시가총액 8조 원 규모로 시가총액 기준 국내 게임회사 가운데 1위, 세계적으로도 액티비전블리자드와 일렉트로닉아츠(EA)에 이어 3위가 됐다. 올해 넥슨의 예상 매출은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한국의 골방에서 시작했던 작은 게임회사가 어느새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성장한 것이다.

이날 상장에 따라 넥슨의 모기업인 NXC의 지분 66.89%를 보유한 김 회장은 주식 평가액이 3조 원을 넘어서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국내 3위의 부자가 됐다.

김 회장은 이날 오전 TSE 방문을 시작으로 오후 3시에는 일본 현지 기자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갖고 오후 5시에는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전화회의(콘퍼런스콜)를 하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일본 기자간담회에는 약 50명의 취재진이 참석해 한국 기업 넥슨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 한국적 비즈니스 모델의 세계화

넥슨의 이런 성공은 ‘부분 유료화’라는 독특한 ‘한국적 수익모델’ 덕분이라는 게 게임업계의 평가다. 게임은 무료로 즐기되 게임을 좀 더 편하게 진행하도록 돕는 아이템, 서비스 등을 유료로 파는 방식이다. 최승우 넥슨저팬 대표는 콘퍼런스콜에서 “우리가 만든 부분 유료화 모델을 세계로 확산시켜 명실 공히 세계 1위 게임업체가 되겠다”고 말했다.

20, 30대 남성 위주의 게임 시장에서 벗어나 블루오션을 창출한 것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키보드 방향키를 단순하게 조작하며 자동차 경주를 하는 ‘카트라이더’는 젊은 여성을 PC 앞에 끌어들여 게임을 하게 만들었다.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롤플레잉 게임인 ‘메이플스토리’는 처음 게임을 만든 지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성장세가 꾸준하다. 넥슨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 회사 게임의 월평균 실제 사용자는 약 7700만 명에 이른다. 통일 한국의 인구보다도 많은 셈이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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