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사회공헌’ 미미한 잡스-애플에 왜 사람들은 열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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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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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사랑과 존경을 받는 기업과 경영자는 아마도 애플과 스티브 잡스일 것이다. 잡스와 그가 이끌었던 애플은 단순히 기업과 경영자의 영역을 뛰어넘어 세계인으로부터 열렬히 사랑받는 문화 아이콘이 됐다. 세상에 잘 알려진 대로 잡스는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처럼 ‘기부천사’가 아니다. 엄청난 현금보유량을 자랑하는 애플이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대규모 기부를 했다는 뉴스를 접해본 적도 없다. 최근에야 잡스의 후임인 팀 쿡이 애플도 앞으로는 사회공헌 활동을 고려하겠다고 발표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잡스와 애플에 열광할까?

애플이나 잡스가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펼치지 않고도 존경과 사랑을 받은 이유는 바로 경제적 가치생산 과정에서 21세기 창조사회가 요구하는 강력한 정당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기업들에 요구되는 가장 강력한 정당성의 화두는 상생과 공존의 생태계 발전이다. 이런 정당성은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달성할 수도 있지만 기업의 핵심 활동 영역인 경제적 가치생산 과정 그 자체에서도 획득할 수 있다.

애플은 자신의 성장과 더불어 다른 경제주체들이 같이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애플의 아이폰이 탄생하면서 앱스토어가 생겼고 수많은 앱 개발자가 시장에 뛰어들었다. 애플의 가치창조형 혁신이 만들어낸 새로운 플랫폼에 기반해 많은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했다. 잡스와 애플은 사회공헌적 기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기업 본연의 핵심 역할 영역에서 가치창조형 경영을 통해 상생과 공존의 생태계를 창조했기 때문에 충분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세기 초까지의 초기 자본주의는 거대 독점기업들이 중소 납품업체나 근로자들이 가져가야 할 정당한 경제적 가치까지 독식해 버리는 가치이동형 경영에 주력했다. 하지만 이런 경영은 상생과 공존의 생태계를 파괴해 자유시장경제의 생존까지 위협했다. 다른 경제주체들이 가진 가치를 자신의 것으로 빼앗는 가치이동을 통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은 부유해질 순 있겠지만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는 없다.

최근 사회공헌 활동에 상당한 투자를 하는데도 한국 기업들이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가치창조를 통해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 주변 이해관계자들과 동반 발전하기보다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몫까지도 최대한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20세기형 가치이동 경영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존경과 사랑을 받으려면 기업조직의 핵심 활동 영역인 경영 프로세스 그 자체를 정당성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기업 활동의 핵심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자는 공유가치 창출(CSV) 경영이 부상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앞으론 가치창조형 경영이 기업경쟁력과 성과는 물론이고 대중의 존경과 사랑, 정당성을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기업들은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정당성과 효율성 간의 패러독스를 깨는 기업만이 21세기 초경쟁 시대의 승자로 부상할 수 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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