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가 신용강등한 국내 기업, 국내 신평사는 ‘최고등급’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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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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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 간판 기업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내리고 있지만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은 등급을 유지하거나 되레 올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대기업 눈치를 보는 일이 잦아지면서 ‘등급에 거품이 끼었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또 평가사별로 특정 기업의 등급이 똑같아지는 ‘붕어빵’ 평가를 낳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한국 간판급 대기업의 등급을 잇달아 강등하고 있다. 무디스는 3일 포스코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포스코의 장기기업신용등급과 채권등급을 A에서 A―로 떨어뜨렸다. 이에 앞서 S&P는 지난달 LG전자의 장기채권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 이에 반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포스코에 AAA, LG전자에 AA 등 최고 수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대기업 신용등급은 ‘상향 평준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6일 증권 및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3대 국내 신용평가사의 평가 대상 기업(금융사 제외)은 6월 말 현재 370개로 2007년 말의 406개보다 11.5% 줄었다. 하지만 AA등급은 39개에서 80개로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고 A등급도 100개에서 123개로 23% 증가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인 BBB등급은 105개에서 66개로, 투기등급인 BB 이하는 154개에서 93개로 급감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31개인 반면 하향조정은 4개에 불과했다.

문제는 신용등급으로만 보면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좋아져야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영업현금흐름(OCF)을 부채로 나눈 비율을 보면 6월 말 현재 AAA등급은 23.5%로 2007년의 37.9%보다 14.4%포인트 떨어졌다. AA등급은 21.9%에서 18.4%로, A등급은 19.6%에서 7.1%로 각각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신용평가사의 엇갈린 행보가 국내 신용평가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업을 평가하는 신용평가사를 선택할 권리는 ‘갑(甲)’인 기업이 갖고 있어 신용등급을 낮추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등급을 좋게 주는 신용평가사로 바꾸는가 하면 신용평가사 간 등급이 다르면 낮은 등급을 준 회사에 등급 취소를 요청하기도 한다. 특히 대기업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면 수익에 타격을 입기 때문에 등급을 매기기 전 기업과 의견교환을 하는 등 눈치를 본다는 것. 이 때문에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등급을 낮춘 국내 대기업들의 국내 3대 신용평가사 등급은 ‘붕어빵’처럼 모두 같았다.

이 같은 평가의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으로 돌아간다. 국내 증권사의 한 투자은행(IB) 담당임원은 “해외투자자들은 냉정하게 이뤄진 무디스 등의 등급을 믿고 투자한다”며 “국내 신용평가사의 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지면 국내 투자자들만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들의 평가가 지나치게 비관적이거나 ‘뒷북 평가’로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요즘은 등급 평가에 정치·사회적 요소에 환경영향까지 고려해 항목이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더 나은 평가를 받으려면 재무구조 외에도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다양한 요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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