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경제…냄비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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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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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쇼크’ 휘청이던 코스피-환율-CDS프리미엄 한두 달 만에 원위치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에 짙게 드리웠던 먹구름이 빠르게 걷혀 가고 있다. 이달 초 1200원 돌파가 걱정되던 원-달러 환율은 25일 1129원까지 떨어졌고(원화가치는 상승) 1,652(9월 26일) 선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이날 장중 한때 1,900 선을 넘어섰다. 얼마 전까지 ‘제2의 금융위기’를 우려하다가 이제는 유로존 위기가 진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으로 급변했다. 우리나라의 환율, 주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 각종 금융지표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대외 악재에 유달리 민감한 한국 경제의 체질이 여지없이 드러난 시기”라고 평가하면서도 위기가 끝나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완화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투자지표 악화로 중국과 한국 등 신흥시장의 실물경제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종 금융지표가 정상을 찾아가고 있지만, 수출이나 경제성장률 등 실물지표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이탈리아보다 들썩이는 한국 지표

이달 4일 2.29%까지 치솟았던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24일 뉴욕 종가 기준 1.49%로 20일 사이에 0.8%포인트 떨어졌다. 지난달 4일 한국 CDS 프리미엄은 1.4%로, 두 달도 안 돼 원상회복했다. CDS 프리미엄이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 신용도가 좋아져 국외채권을 발행하는 데 이자를 덜 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정위기 당사국인 유럽도 △프랑스 1.87%(9월 5일)→1.90%(10월 24일) △스페인 4.19%→3.76% △이탈리아 4.55%→4.49%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수 움직임의 폭은 우리가 훨씬 컸다. 한국 CDS 프리미엄이 0.8%포인트 들썩이는 동안 프랑스는 0.14%포인트, 스페인은 0.43%포인트, 이탈리아조차도 0.77%포인트 움직이는 데 그쳤다.

환율도 위기 이전 수준으로 거의 돌아갔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1194원(4일)에서 1129원(25일)으로 떨어져 원화가치가 5.76% 절상됐다. 오를 때도, 떨어질 때도 급격히 진행되면서 변동성이 컸음을 알 수 있다. 고환율에 시달린다는 일본 엔화는 같은 기간 절상률이 0.72%에 그쳤다. 원화는 7∼9월에 달러 대비 12.1% 절하되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나타났던 극심한 변동성이 이번 유럽 재정위기 때 재현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우리 외환시장의 개방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쏠림 현상도 심한 편”이라며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원-달러 역외선물환(NDF) 시장을 활용해 환헤지 거래를 하고 있고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 등 변수도 많았다”고 말했다.

○ 회복세 이어지겠지만 관건은 변동폭

대외 변수만 놓고 보면 상황은 한 달 전보다 몰라보게 좋아졌다. 26일 열릴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결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민간 채권단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의 부채탕감률(헤어컷 비율)을 21%에서 60%까지 높이는 방안이 사실상 굳어졌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1조 유로 이상 확대안 △역내 은행 자본 확충 방안 역시 구체적인 방법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상황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 27일 발표되는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2.5% 성장(연율)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50을 넘어서며 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는 잦아드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이날 거시정책협의회에서 중국 경제에 대해 “가계 소득 증가, 정부 소비 진작책 등으로 내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성장세가 둔화되더라도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유럽에서 새로운 악재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증시 폭락, 환율 폭등 같은 9월에 나타났던 2차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재연될 조짐은 작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건은 결국 대외 변수에 휘둘리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환율의 상승, 하락을 떠나 가파르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자체가 무역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로존 위기 해소 과정은 장기적일 수밖에 없다”며 “안정적 외환시장 정책과 경상수지 확대 노력, 국제공조 등을 통해 외부 충격에 대한 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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