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대 악재에도… 올해 ‘무역 1조 달러’ 달성 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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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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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역협회 전망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그리스발(發) 유로존 위기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까지 파장을 미치면서 우리나라 무역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원-달러 환율마저 최근 한 달 사이 110원 이상 뛰는 등 국내 기업으로서는 ‘산 넘어 산’이다.

하지만 한국무역협회는 우리나라가 이런 악재들을 딛고 올해 당초 목표했던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세계 아홉 번째로 무난히 가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보기술(IT) 등 기존 주력 수출산업이 부진하지만 자동차 철강 석유제품 등 다른 산업이 선전하고 있고 우리 기업의 주요 수출지역인 개발도상국의 경제는 미국 유럽과 달리 탄탄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글로벌 위기에도 신흥국 수출은 ‘안심’

26일 무협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누적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24.3% 증가한 3707억 달러, 수입액은 26.7% 늘어난 3479억 달러로 228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제2의 금융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선진국으로의 수출이 줄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전체 수출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수출의 71.7%(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신흥 개도국의 경제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개도국의 성장률은 지난해의 7.3%에서 6.4%로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탄탄한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도국은 국내 기업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석유제품 기계류 등을 꾸준히 수입하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석유제품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8% 늘었으며 철강(37.7%) 산업기계(33.4%) 선박(32.6%) 자동차(27.8%) 등도 같은 기간 이들 개도국의 수요 증가로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액정표시장치(LCD)와 반도체의 수출이 각각 2월과 4월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전체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은 이 때문이다.

○ 높아지는 무역장벽, FTA로 뚫는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 이후 6개월간 회원국 간의 무역제한 조치는 122건으로, G20 이전의 54건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글로벌 경제에 그늘이 드리우고 각국이 자국 기업 감싸기에 나서면서 보호무역 장벽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것 외에는 다른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한 적이 없을 정도로 개방적인 무역정책을 펴고 있다. 또 거꾸로 주요 교역 대상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진행하면서 FTA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우리나라의 FTA 네트워크 확대는 국내 기업의 수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미 국내총생산(GDP) 16조2822억 달러(2010년 기준 전 세계 GDP의 3분의 1)로 세계 최대의 단일 경제권인 유럽연합(EU)과 맺은 FTA가 올해 7월 발효됐다. 또 세계 GDP의 23.3%를 차지하는 미국과 체결한 FTA도 국회 비준만 남겨놓고 있어 우리 기업의 수출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 치솟는 환율, 충격완화 정책 필요

하지만 수출환경을 마냥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무협이 최근 999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이 생각하는 수출 적정 환율은 달러당 1112.9원, 손익분기점 환율은 1052.8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환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 26일에는 117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환율이 오르는 것은 수출기업에 도움이 되지만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변동폭이 크면 대응하기 힘들고 원자재 및 중간재의 수입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이 때문에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외환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적절한 시장 개입을 통해 충격을 줄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무협은 이날 미국의 유명한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E)와 함께 ‘무역 1조 달러 시대’ 국제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 콘퍼런스에는 수파차이 파닛차팍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 등 국내외 경제전문가 20여 명이 강연 및 발표자로 참여했다.

사공일 무협 회장은 개회사에서 “한국이 1964년 수출 1억 달러, 무역규모 5억 달러에서 올해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하게 된 것은 경제성장에서 무역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성장은 한국이 무역을 통한 대외 개방형 성장전략을 채택한 데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선도 아래 세계가 자유무역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사공 회장은 “우리나라는 무역 1조 달러 달성 이후 새로운 무역 패러다임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 수출을 늘리고 미래 신성장산업인 ‘녹색 분야’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무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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