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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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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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L당 2000원을 넘는 등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경제성이 좋은 수동변속기 차량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찾는 이가 별로 없어 수동 차량 출시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소비자들은 마음에 드는 수동 차량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 대형-중형차 수동 모델 없어

1999년 12월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소형차 ‘리오’는 2000년 판매된 차량 중 수동변속기 모델이 48.1%를 차지하는 등 절반에 육박했다. 하지만 2005년 수동변속기의 비율은 18.8%까지 낮아졌고, 단종된 리오의 바통을 이어받은 프라이드도 수동변속기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어 올 상반기 4.1%까지 낮아졌다. 같은 기간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248.35원에서 1903.63원으로 52.5% 올랐다. 자동차 유지비는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연료소비효율(연비)이 좋은 수동 차량은 계속 외면받은 셈이다.

경제성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는 경차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아차 ‘모닝’은 2004년 출시 첫해엔 15.7%였던 수동변속기 비중이 올 상반기 3.9%로 뚝 떨어졌다. 중형차는 아예 수동모델이 없는 경우도 있고, 있어도 옵션을 고를 수 없는 낮은 등급의 모델에서 선택이 가능해 0.2∼0.3%만 수동 모델로 판매되고 있다. 대형차와 준대형차는 수동 모델이 전혀 생산되지 않는다.

이는 유럽과 큰 차이를 보인다.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i30’의 국내 수동모델 판매 비율은 3.4%인 반면 서유럽 지역에서는 판매 비율이 95.0%다. 전체적으로 유럽에서는 수동과 자동변속기의 비중이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국내 수요자들은 혼잡한 시내에서 자주 변속을 해줘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수동을 꺼리게 되고, 자동차 회사는 상대적으로 고가(高價)인 자동변속기 차량을 팔아야 이익이 커지기 때문에 두 조건이 맞아떨어지면서 급격히 수동차량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2종 자동변속기 운전면허의 보급으로 수동 차량 운전자가 크게 줄어드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 경제성과 운전 재미

수동변속기 차량은 자동변속기에 비해 일반적으로 150만 원 정도 차량 가격이 싸고, 연비도 최대 20% 정도 좋다. i30 1.6 디젤 수동 6단 모델은 연비가 L당 22km로 웬만한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뛰어나다. 또 엔진과 변속기가 기름(미션오일)으로 연결돼 있는 자동변속기에 비해 수동변속기는 물리적으로 직접 연결돼 엔진의 힘이 바퀴로 곧바로 전달된다. 이 때문에 응답성이 빨라 운전을 즐기는 이들이 선호한다.

전문가들은 수동 모델이 경제성과 에너지 절약 등에서 장점이 많은 만큼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국내에는 급하고 거친 운전, 에너지 소모가 많은 자동변속기 등 바람직하지 못한 자동차문화가 많이 퍼져 있다”며 “자동차 회사들이 수요가 적다며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만큼 정책적인 차원에서라도 수동 차량을 폭넓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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