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장기 레이스 ‘퇴직연금’… 잘 짠 금융상품으로 말년이 든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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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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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수록 승진 기회 많을수록 ‘확정급여형’ 제격


《8월 글로벌 증시의 동반 급락으로 주가가 주저앉아 직장인들의 노후자금인 퇴직연금도 손실이 컸다. 시장에 큰 충격이 오면 어떤 자금이든 손실을 비켜갈 수 없다는 점에서 일부에서는 ‘주식투자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개인이 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퇴직연금은 주식을 최대 40%까지만 편입하는 채권혼합형으로만 투자하도록 돼 있어 상대적으로 손실이 적었다. 코스피가 올해 들어 15일까지 누적으로 ―14.72%의 수익률을 거두는 동안 퇴직연금펀드는 평균 ―1.88% 하락에 그쳤다. 많은 투자자들은 주가가 급락기를 벗어나 상승하기 시작하면 다시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퇴직연금 투자는 55세나 58세 이후 국민연금 수령 연령인 65세까지, 혹은 그 이후에도 수입이 없는 퇴직자들이 쓸 자금을 마련하는 장기 레이스다. 따라서 주가 급락기라는 특정 시기에 성과를 따져보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시기와 개인적 상황에 따라 퇴직연금제도 선택 방법이 다를 수 있다. 퇴직연금 가입요령을 알아본다.

○승진 기회 많을수록 DB형 유리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규모는 7월말 현재 37조1058억 원으로 지난해 말 29조1472억 원보다 27%나 늘었다. 올해부터 기존 퇴직금에 적용하던 세제혜택이 점진적으로 없어지면서 퇴직금에서 퇴직연금으로 갈아타는 회사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퇴직연금시장은 연말까지 50조 원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 보험업계에서는 퇴직연금 가입자 확보전이 불붙었다.

퇴직연금제도는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이 있다. 가입자 입장에서 보면 DB형은 기존 퇴직금 제도와 비슷하다. 매달 일정 금액을 적립한 뒤 정해진 금액을 퇴직할 때 돌려받는다. DC형은 가입자가 상품을 선택해 운용하는 방식이다. 적금 상품부터 펀드 상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골라서 투자한다.

통상 젊을수록, 승진 및 승급의 기회가 많을수록, 꾸준히 높은 임금인상률을 보장하는 회사에 다닐수록 DB형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반대로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기업에서 피크제 대상이거나 회사를 자주 옮겨 근속연수가 길지 않거나 연봉제 직장인이라면 DC형이 유리하다. 하지만 이것 또한 자신의 전체 자산 배분 현황을 따져본 뒤 가입하는 게 좋다. 권용수 삼성증권 퇴직연금솔루션 팀장은 “입사 초기에는 임금인상률이 높기 때문에 젊은 직장인이라면 DB를 먼저 선택한 뒤 DC가 유리해지는 시점에 DC로 전환하는 게 좋다”며 “만일 중간정산을 받은 경우라면 DC를 선택해 적극적인 운용으로 수익률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은 어떻게

DB형은 운용성과와는 상관없이 가입자 개인이 가져가는 자금은 확정돼 있다. 하지만 DC형을 선택했을 때는 금융상품을 잘 구성해야 수익률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퇴직시점까지 길게는 30년 넘게 운용되므로 장기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하되 자신의 투자성향에 알맞게 자산운용 전략을 수립해야 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 분산투자 원칙을 잘 지켜야 한다.

조석래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컨설팅 팀장은 163억 달러를 운용하면서 10년간 연평균 16.3%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예일대 기금운용의 사례를 들며 “원칙을 지키는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일기금이 타 대학 기금보다 성과가 높았던 주된 이유로 △다양한 투자자산에 분산 투자한 점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한 점 △자산배분 전략을 사용한 점을 꼽았다.

이를 염두에 두더라도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투자하는 행태는 달라질 수 있다.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나 채권 상품으로 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반면 기대수익률은 낮다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최형준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 차장은 “보수적 투자자라도 인플레이션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고려해 정기예금보다는 물가연동 국채 같은 국공채에 투자하는 게 그나마 수익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공격적 투자자라면 적절한 투자목표를 수립해 운용하되 일정 기간(통상 1년)마다 투자성과를 분석해 자산배분을 조정하는 게 좋다. 퇴직연금 펀드에서 가장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은 주식을 40% 이상 편입한 채권혼합형펀드다. 김대홍 신한금융투자 퇴직연금지원부장은 “최근 1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상위권 펀드를 고르고 되도록이면 펀드 규모가 어느 정도 큰 펀드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제도 도입 취지 중 하나는 저금리 상황에서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를 통해 노후 생활을 대비하자는 것이다. DC형의 수익률을 더 높이려면 퇴직연금에 주식 편입비중이 높은 펀드를 하루빨리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금융당국은 당초 올 상반기까지 퇴직연금에 주식형(주식 60% 이상) 또는 주식혼합형(주식 50% 이상) 펀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시장 급변동 때문에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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