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신용평가사에 반격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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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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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美서 재무장관회의… 규제방안 국제공조 논의


“드디어 칼을 빼들 것인가.”

미국에 이어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고 프랑스와 영국도 강등 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회사에 대한 주요 선진국의 반격이 구체화하고 있다. 무대는 다음 달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24일 “지난해까지는 미국이 신용평가회사 규제와 관련한 국제 공조에 적극적이지 않아 실질적인 성과가 없었다”며 “이번에는 신용평가회사 규제가 G20의 핵심의제로 다뤄져 집중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신용평가회사에 대해 칼날을 갈고 있는 것은 이들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위기를 예견하고 방지하는 생산적인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이미 알려진 위기의 ‘확인 사살’을 통해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는 데다 평가의 객관성과 전문성까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현재 신용평가 시스템을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신뢰성이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2001년 미국 엔론 파산 나흘 전까지 S&P와 무디스는 이 회사에 투자적격 등급을 줬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10월부터 한 달 새 198개 모기지담보증권(MBS)을 AAA등급에서 한꺼번에 7단계나 하향조정해 위기를 증폭시켰다. 미 하원은 무디스의 한 직원이 위기 전 문제가 있는 MBS에 신용등급을 매긴 뒤 “우리는 매출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임원에게 보낸 e메일 내용을 공개해 세상을 경악하게 했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만 해도 아시아 국가들의 하소연을 외면하던 미국과 유럽이 생각을 바꾼 것도 직접 당하고 나서부터였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엔론 사태를 계기로 2006년 신용평가업계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개혁법안을 발효했지만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좋은 등급을 쉽게 내주는 업체를 골라 ‘신용등급 쇼핑’을 하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신용등급 의존도를 줄이고 신용평가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의 기본강령은 채택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신용평가사의 평가등급 의존도를 줄이려면 정부나 공공기관,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의 건전성을 자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있거나 선진 금융기관이 자체 평가 결과를 공유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의 영업을 제한하면 민간 투자자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에서 투자 적격 여부에 대한 판단을 신용평가회사에 의존하는 한 이들에 대한 규제 방안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G20 차원에서 국제기구를 만들어 ‘이해관계의 상충’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제시해 기존 민간 신용평가사의 폐해를 줄이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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