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교통 시대로]<4>미래의 성장 엔진, 교통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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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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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융합산업, 경제 살찌우는 수출효자 급부상

지멘스 오스트리아 빈 공장. 지멘스 제공
지멘스 오스트리아 빈 공장. 지멘스 제공
오스트리아 빈에는 지멘스의 전동차 및 객차 부문 글로벌본부가 있다. 연간 450대의 전동차와 객차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새로운 개념의 전동차에 대한 연구개발이 진행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미 차축을 없앤 트램 등 신형 전동차가 생산되고 있다.

지멘스는 이곳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적용된 신형 전동차 ‘인스피로’를 개발하고 있다. 쾌적하고 효율적인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스피로 개발 담당자인 베르너 시멜라르 씨는 “자동차와 기차, 교통관제, 교통관제센터로 모아지는 정보 등 3가지 분야가 유망할 것”이라며 “여러 교통수단 간의 ‘협력적 교통’을 뜻하는 ‘완전한 이동(complete mobility)’ 개념이 사업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교통 산업이 기업과 경제를 키우는 성장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양한 업종과 첨단 기술로 무장한 벤처기업이 등장하고, 기존 교통 관련 대기업도 새로운 교통혁신 서비스로 재무장하고 있다.

○ 꿈틀거리는 ‘교통 벤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창업한 지 4년밖에 안 된 벤처회사 ‘스트리트라인’이 최근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주차 수요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개념 주차시스템을 개발해 6월 록포트캐피털 등 벤처캐피털로부터 15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샌프란시스코는 물론이고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등에도 스마트 주차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켈리 슈웨거 스트리트라인 부사장은 “미국 주차산업 규모가 250억 달러에 이르는데 점차 스마트 주차 솔루션으로 바뀔 것”이라며 “브라질 중국 호주 등으로 해외수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교통수단 관련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독일은 2020년, 미국은 2015년까지 각각 전기차를 100만 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회사인 GM과 닛산은 각각 ‘볼트’와 ‘리프’라는 상용 전기차를 내놓고 넓어질 시장에 대비하고 나섰다. 관련 벤처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벤처기업인 베터플레이스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대여와 충전 등 전기차 인프라 서비스로 세계 시장 개척에 나섰다.

○ ‘제조+서비스’ 합한 교통융합 산업 주목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글로벌 컨설팅사인 아서디리틀(ADL)이 글로벌 교통혁신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미래 교통의 핵심 트렌드로 ‘소유에서 공유로의 변화’가 예상됐다. 홍대순 ADL 부사장은 “교통수단 자체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교통수단의 핵심 기능인 ‘이동성’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아질 것”이라며 “자동차 공유서비스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1948년 스위스에서 최초로 시작된 자동차 공유서비스는 세계 1000개 이상의 도시로 확산됐다. 2000년 설립된 자동차 공유서비스 회사인 미국의 ‘집카’는 4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1억7430만 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투자자들이 자동차 공유서비스의 성장세를 긍정적으로 봤기 때문이다.

기존 제조회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제조업과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나섰다. 다임러벤츠는 자사의 경차인 ‘스마트’를 이용해 독일 울름, 미국 오스틴 등 세계 4개 도시에서 회원 4만 명을 대상으로 자동차 공유서비스인 ‘카투고(Car2go)’를 시행하고 있다. ‘자동차를 사지 않는 고객’도 자동차 회사의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1998년 미국 최초로 자동차 공유서비스 회사를 설립한 데이비드 브룩 씨(팀 레드 파트너)는 “젊은 세대는 자동차와의 ‘러브 어페어’에 빠졌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자동차 공유에 대한 거부감이 작다”며 “앞으론 개인끼리 서로 차를 빌려주고 수익을 얻는 ‘개인 대 개인(P2P)’ 방식의 자동차 공유서비스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교통혁신이 지역경제 이끈다

미국의 대표적 친환경 도시이자 자전거 도시로 널리 알려진 오리건 주 포틀랜드는 교통산업이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자전거 산업과 스트리트 카 수출이 침체에 빠진 목재업을 대신하고 있다. 크리스킹, 키네시스, 마운틴사이클 등의 자전거 부품 제조회사와 각종 자전거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소매상점이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임업이 주력 산업이었던 오크리지도 한때 ‘파산’ 직전에 이르렀다가 산악자전거를 이용한 관광산업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포틀랜드 교통국의 댄 앤더슨 매니저는 “미국의 다른 도시들이 ‘자동차 천국’을 추구할 때 지속 가능한 교통 발전을 위해 자전거와 스트리트 카 같은 친환경 교통수단에 선제적으로 투자했다”고 말했다.

전기차 등 친환경 교통수단의 등장은 정부의 세원 확보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 정부 세수의 15%에 이르는 유류세가 줄어들 수 있다. 세수 감소를 막기 위해 달린 거리만큼 세금을 물리는 오리건 주의 주행세 실험 등 새로운 세원 확보 방안을 준비해야 할 때라는 게 교통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샌프란시스코·포틀랜드=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빈=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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