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모바일 플랫폼 개발 못하면 애플-구글의 식민지 못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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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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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산업부 기자
김상운 산업부 기자
“13조 원이나 투자했는데 과연 안드로이드를 계속 공짜로 쓰도록 해 주겠습니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A사의 대표는 16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소식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A사는 국내 대기업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동시에 안드로이드 마켓에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팔고 있다.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가 “안드로이드는 오픈 플랫폼으로 계속 남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는 이 말을 선뜻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A사 대표는 “지금껏 구글이 시장을 키우기 위해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사용하도록 해줬지만 모토로라 인수를 계기로 세(勢)를 키우면 조만간 라이선스를 챙기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프트웨어 중소기업들은 삼성전자, LG전자에 대한 납품 비중이 절대적인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특성상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동반 몰락’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작년 말 국내 대기업에 상당수의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빼앗긴 B사 관계자는 “좋으나 싫으나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삼성, LG와 결국 한 배를 타고 있다”며 “구글이 안드로이드 정책을 폐쇄적으로 가져가면 우리도 함께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국내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앱 숫자를 서둘러 늘리기 위해 중소기업 개발자들을 쓸어갔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모바일 플랫폼’은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대기업들이 협력사와 손잡고 소프트웨어 역량을 진작 강화했다면 지금처럼 위기론이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통신 소프트웨어 업체 C사 대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세상에 나온 게 벌써 4년 전”이라며 “삼성전자가 그때부터 소프트웨어 협력업체와 협업을 했다면 자체 운영체제(OS)인 ‘바다’ 플랫폼이 지금보다 훨씬 세련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OS로 태블릿PC 등을 만들고 있는 중소업체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애플 ‘아이패드2’의 등장으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상황에서 구글이 모토로라를 통해 하드웨어 시장까지 치고 들어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를 만드는 중소업체 D사는 올 상반기(1∼6월) 자체 태블릿PC를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3월에 나온 아이패드2 때문에 제품 출시를 미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구글 인수로 모토로라 태블릿PC의 성능이나 인지도가 지금보다 훨씬 올라가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가져다 쓰는 중소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의 생존이 심각한 위협을 맞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상운 산업부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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