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리포트] “실적 실망에 장기간 박스권” vs “中 회복돼 연내 2000선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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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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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솔로몬투자 센터장 vs 조익재 하이투자 센터장

《‘황소’가 있으면 ‘곰’도 있는 게 시장의 원리. 똑같은 시장을 놓고도 정반대의 논리가 백가쟁명(百家爭鳴)을 펼친다. 시장만이 아니다. 기업, 상품, 인물 등 분야를 막론하고 ‘라이벌’이 있다. 라이벌이 있어 금융투자자는 앞도 보고 뒤도 볼 수 있다. 본보는 매주 화요일자에 ‘라이벌 리포트’를 싣는다.》
코스피가 2,200 선에 머무르던 5월 ‘3분기에 코스피가 1,900 선까지 떨어지는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센터장은 “한국의 원조 비관론자도 이제 시장 읽는 눈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며 시장의 냉소를 샀다. 투자자들은 냉철하고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한국 기업들의 이익추세가 나쁘지 않다’고 내다본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센터장을 주목했다. 그러나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쓰나미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이 둘은 각 증권사를 대표한다는 리서치 센터장들 중 단 2명뿐인 투자전략가 출신이다. 조선, 자동차 등 특정 업종 분석을 전공으로 한 ‘스페셜리스트’ 바람이 부는 가운데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이들은 서로를 ‘주식시장만을 분석해 온 이는 우리 둘밖에 없다’며 인정하는 맞수이기도 하다.

이 센터장은 얼굴에 웃음을 달고 살지만 ‘한국의 미스터 둠’(비관론자를 일컫는 말)답게 “비관론을 버릴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반면, 조 센터장은 날카로운 말투지만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무너진 상태는 아니다”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 코스피 2,200 과했나

“2,200. 너무 빨리 갔어요.” 이 센터장은 이번 주가 폭락 뒤에는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도 있었지만 지수가 지나치게 빨리 상승했던 것의 반작용도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들의 자금 등이 쏠리며 지수가 2,200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한마디로 ‘천장’에 붙어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 토막 났던 것이 자금이 유입되며 너무 단기간에 급상승했다”며 “그렇게 들어왔던 돈이 지금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올해 2,500, 2,600 등 낙관적인 전망치들이 쏟아졌지만 냉정하게 기업들의 실적을 고려하면 1,700∼1,800 선이 코스피의 적당한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조 센터장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을 중심으로 지수 상승이 다소 빨랐던 건 사실이지만 한국 기업의 실적 자체는 상당히 좋았다는 평가다. 조 센터장은 “일본의 지진 이후 수혜종목으로 지목된 ‘차화정’이 이상 급등을 했던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거품이라고 보기에는 2,200에 도달했을 때도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정도로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2,000 선 돌파라도 PER가 13배 이상 치솟았던 2007년과는 달랐다는 것이다.

○ ‘장기간 지지부진’ VS ‘반등 가능’

전망도 다소 엇갈렸다. 이 센터장은 증시의 출렁임이 극에 달했던 9일의 장중 저점(1,680)을 마지노선으로 해 코스피가 당분간은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이상의 급락도 없겠지만 반등의 동력도 없다는 것. 그는 “한국 기업들이 작년에 86조 원 정도의 실적을 냈고 올해는 실적이 20% 오를 것으로 내다봤는데 실적이 실망스러운 편”이라며 “장기간 1,700∼1,800 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며 반등에 성공하더라도 2,000 선을 넘어 2,200과 같은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조 센터장은 ‘유럽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등 최악의 상황이 없다는 걸 전제로, 실물경제가 무너지지 않은 만큼 올해 2,000 선 복귀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희망을 ‘중국’에 걸었다. 조 센터장은 “미국이나 유럽의 경기가 개선되긴 어렵겠지만 중국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이 물가만 안정된다면 긴축정책을 쓰지 않을 것이고, 이를 계기로 경기회복이 이루어지면 코스피 2.000 선 회복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중국의 역할을 낮게 평가했다. 이 센터장은 “긴축이 풀리면 안 풀릴 때보다는 낫겠지만 선진국 경기가 나빠진 상태에서 중국도 수출에 영향을 받는 만큼 근본적인 무언가를 바꿀 수 있으리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 향후 변수 “유럽 재정위기” 공감

그러나 이처럼 견해가 엇갈린 그들이었지만 그들이 한목소리로 공감한 대목도 있었다. 바로 향후 가장 큰 변수는 유럽이라는 것. 그들은 유럽과 관련한 수치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럽의 재정위기를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공조를 통해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를 사겠다고 하면서 잠깐 채권금리가 떨어지는 등 안정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안심하긴 일러요.”(조익재 센터장) “시간을 끌더라도 결국엔 디폴트에 이은 채무조정으로 부채를 털어내야 위기가 완전히 끝날 겁니다. 그 시기가 문제일 뿐이죠. 결국 ‘불씨’는 계속 있는 것입니다.”(이종우 센터장)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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