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검은 금요일’]‘제2의 리먼 사태’라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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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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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감 확산 닮았지만 금융파산같은 사건은 없어

세계 금융시장이 공포로 얼어붙자 일각에서는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온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리먼 사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2008년 9월 15일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에 빠진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2008년 리먼 사태와 이번 글로벌 금융시장 폭락 상황이 닮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다고 했다.

○ 닮은 점

리먼 사태와 이번 폭락 장세는 경제주체들의 공포와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닮았다. 나흘 만에 코스피가 230포인트 하락한 현재의 상황이 사흘 만에 257포인트 떨어진 리먼 사태 때와 비슷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당시에는 ‘문제’를 몰라서, 지금은 ‘해답’이 없어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리먼 사태 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파생상품이 왜 세계 금융 시스템에 충격을 줬는지 잘 몰랐다”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문제를 다루느라 공포가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제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리먼 사태 때와 닮은 점이다. 수출,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 주요 거시지표로 본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은 나쁘지 않다. 한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3.4%로 다소 낮았지만 올해 전체로는 4%대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도 2008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 다른 점

2008년 리먼 사태 때는 세계 금융을 좌지우지하던 월가 금융회사들의 파산 위험이라는 실질적인 사건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글로벌 경제의 불투명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공포감을 부추기고 있다. 2008년 때는 월가 금융회사들이 서로 얼마나 부실을 숨기고 있는지 몰라 서로 돈을 빌려주지 못하는 불신이 극에 달했다. 돈을 풀지 않는 은행들 때문에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돼 중소기업과 가계가 돈을 구하지 못해 난리였다. 이번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데 대한 두려움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를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금리 인하 같은 정책 수단이 있었지만 미국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위기가 촉발한 이번 장세에는 위기를 극복할 뚜렷한 대응 수단이 없다는 점도 큰 차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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