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정보 수집’ 애플·구글, 국내서 세계 처음으로 제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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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용자의 위치정보 수집으로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애플과 구글에 대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내에서 제재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제재 수위는 소액의 과태료와 시정조치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3일 전체회의를 열어 두 회사의 위치정보 수집행위가 위치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짓고 애플코리아에 대해 과태료 300만원 및 시정명령, 구글코리아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글로벌 스마트폰 위치정보사업자인 애플과 구글이 위치정보 수집 논란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 외국에서도 정부가 조사에 착수한 경우는 있지만, 위법 결정을 내리고 처벌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그러나 애플이 스마트폰 이용자의 행적을 손금 보듯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위치정보를 수집한 행위로 인해 사생활 침해 우려에 대한 사회적 충격을 감안할 때 과태료 부과와 시정조치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위치정보보호법은 사업자가 개인의 위치정보를 수집·이용·제공할 때 해당 개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제15조 제1항), 수집한 위치정보가 누출·변조·훼손되지 않도록 기술적 보호 조치를 해야 한다(제16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는 애플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일부 이용자가 스마트폰(아이폰)에서 위치서비스를 '끔'으로 설정했을 때도 위치정보를 수집해 위치정보보호법 제15조를 어긴 것으로 판단,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다.

애플은 또 수집한 위치정보의 일부를 이용자의 단말기에 캐시(cashe) 형태로 저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치정보 캐시란 스마트폰이 위치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에 일시적으로 저장되는 정보의 일부다.

애플은 서버에 저장되는 위치정보에 대해서는 암호화나 방화벽 설치 등으로 누출이나 변경 등 위험에서 보호하고 있지만, 단말기에 저장되는 캐시 형태 정보에는 이런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같은 법 제16조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은 이용자의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지만, 애플과 마찬가지로 단말기에 저장되는 캐시 형태의 정보를 보호하는 장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법이 인정됐다.

위치정보보호법 제16조 위반 시에는 사업정지나 이를 대체하는 과징금 부과 등 처벌이 내려지지만, 방통위는 애플과 구글이 사업을 정지하면 이용자들의 피해가 더욱 클 것을 우려해 "속히 개선안을 마련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대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이유는 애플과 구글이 위치정보 사업으로 매출을 올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과징금은 위치정보사업 매출액의 200분의 1¤200분의 3으로 산정한다.

애플과 구글은 방통위가 이날 최종 판정을 내리기에 앞서 의견서를 통해 "우리가 수집하는 것은 기지국과 와이파이AP 등 이동성이 없는 사물의 좌표 정보이기 때문에 위치정보라고 볼 수가 없으며, 스마트폰 단말기에 법에서 요구하는 기술적 조치를 적용할 수도 없고 대신 잠금장치 등으로 보호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 "방통위가 2008년 위치정보사업자 허가를 내줄 당시 단말기에 위치정보를 저장하는 것을 위법 사항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기지국이나 와이파이AP로도 이용자의 위치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단말기에 저장되는 정보에 모든 보호장치를 하기는 어렵더라도 암호화 등 외부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를 했어야 했다"며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방통위는 그러나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사회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증가하는 사생활 침해 문제를 규제하고 처벌하기에는 현행법에 한계가 있는 판단하고 위치정보보호법을 개선하기로 했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특히 현행법과 시행령에 따라 애플과 구글에 과태료 등 처벌을 내렸지만 다소 경미한 경향이 있다는데 공감하기도 했다.

김충식 상임위원은 "위치정보는 사생활 중의 사생활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을감안해 과태료를 상식에 미치는 액수로 보완해야 한다"며 "스마트폰 시대와 애플·구글의 시장 지배력을 간과한 부분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섭 상임위원은 "오늘의 행정조치는 1단계일 뿐이고, 근원적 문제인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논의해야 한다"며 위치정보수집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 공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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