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국내서 네이버 제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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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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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분야 난공불락 네이버, 점유율은 여전히 1위지만…
스마트폰 검색 만족도 조사서 사상 처음 1위 자리 빼앗겨

국내 포털 1위였던 다음이 네이버에 처음 추월당한 2004년 이후 네이버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한때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이었던 야후도 네이버 앞에서는 손을 들었다. 그 신화가 처음으로 깨졌다. 구글이 국내 모바일 검색 만족도 조사에서 네이버를 처음으로 추월한 것이다.

인터넷 시장조사업체 메트릭스는 26일 ‘모바일웹 검색서비스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1월에 이어 두 번째 시행한 것으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했을 때 느끼는 만족도를 조사한 것이다. 100점 만점에 구글은 70.5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2위가 네이버(67.1점)였다. 다음(66.7점)과 네이트(65.9점)는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국내 인터넷 업체들이 신뢰하는 3대 시장조사업체(메트릭스, 코리안클릭, 랭키닷컴) 조사 가운데 네이버가 검색 분야에서 1위를 빼앗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 네이버 신화 첫 균열

구글이 1위를 차지한 건 1500만 대 이상 보급된 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 덕분이었다. 데스크톱과 노트북으로 이뤄지는 유선인터넷 시장에서 네이버의 검색점유율은 여전히 70%를 넘는다. 구글의 점유율은 3%대, 다른 경쟁사들도 10%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통한 무선인터넷에서는 PC에서의 장점이 통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아서 한 번에 볼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제한돼 있는데도 국내 포털은 PC처럼 각종 뉴스와 광고, 사진 등을 스마트폰 메인화면에 배치한 것이다.

한국은 초고속인터넷이 보편화돼 PC에선 이런 화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는 달랐다. 국내 포털의 스마트폰 화면에 들어가면 각종 사진과 광고 탓에 화면이 제대로 뜨질 않았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면서 무선인터넷 속도는 앞으로 당분간은 계속 떨어질 것이다.

구글은 스마트폰에서도 구글 로고와 검색창만 남겨뒀다. 구글은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얻어 최대한 빨리 구글 화면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늘 밝혀왔다. 이런 전략이 스마트폰 검색에도 동일하게 적용된 것이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메트릭스의 김현태 부장은 “네이버의 스마트폰 페이지 용량은 구글의 11배”라며 “국내 포털 초기 페이지의 큰 용량이 사용자 만족도를 하락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의외였다”라면서도 “스마트폰 사용자는 아직 일반 대중이라기보다는 구글 방식에 호의적인 얼리어답터에 가깝다는 것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 국내 포털, 미래가 더 문제

이번 만족도 조사 1위가 구글이 스마트폰 검색에서 1위가 됐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사용되는 서비스의 빈도를 나타내는 ‘모바일 검색 점유율’로 보면 네이버가 여전히 압도적 1위다. 5월 모바일 검색 점유율 조사에서 네이버는 54.8%의 점유율을 보였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뭔가 검색할 때 두 번 중 한 번 이상은 네이버에서 찾아본다는 뜻이다. 반면 구글(14.7%)의 점유율은 2위인 다음(18.5%)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검색 만족도에서 차이가 난다는 건 앞으로 이런 상황이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를 함께 담당한 메트릭스의 박지영 주임은 “구글이 어떤 조사에서든 국내에서 네이버를 제친 게 처음이란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1위의 이유가 정확한 검색 결과와 빠른 접속 속도 등 ‘기본 실력’에 있었다는 걸 국내 포털이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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