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 상식과는 딴판… 어, DC형이 DB형보다 유리한 게 아니었어?

  • Array
  • 입력 2011년 7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최근 11년 평균수익률 비교해보니 DC형이나 DB형이나 막상막하
장년층-연봉제 직장인은 DC형이… 젊고 승진기회 많을수록 DB형 유리

회사원 김모 씨(35)는 얼마 전 자신의 퇴직연금을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바꿨다. 주식시장이 불안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증시 상승의 수혜를 확보할 수 있는 DC형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하지만 며칠 뒤 인사팀 동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 회사처럼 매년 5∼7% 임금인상이 되면 DB형이 더 유리하다”는 말을 듣고 갸우뚱했다. 그제야 김 씨는 자신이 2008년 4월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이후 총 25%(연평균 8% 가량)의 수익을 올린 것을 알았다. 김 씨는 앞으로 연간 8% 이상의 수익률을 꾸준히 내지 않으면 DC형으로 전환한 결정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

올해부터 기존 퇴직금에 적용하던 세제혜택이 점진적으로 없어지면서 퇴직연금으로 바꾸는 회사가 크게 늘고 있다. 13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33조5173억 원 규모인 퇴직연금 시장은 연말까지 50조 원대, 수년 내 100조 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직장인이 DC형과 DB형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고민에 빠졌고, 금융회사들은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려는 기업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DC형에 가입하는 직장인이 많아야 수수료를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DC형 마케팅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 편에서 볼 때는 젊을수록, 승진 및 승급의 기회가 많을수록, 꾸준히 높은 임금인상률을 보장하는 회사에 다닐수록 DB형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DB형의 수익률이 DC형에 못지않고, 특히 월급 인상 및 승진 기회가 많은 20, 30대 젊은 층은 DB형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은 DC형이 수익률 측면에서 무조건 낫다는 기존의 설명을 뒤엎는 결론이다.

동아일보 경제부는 한국투자증권에 의뢰해 2000∼2010년 임금상승분, 코스피상승률, 채권수익률 등을 계산해 DB와 DC 수익률을 비교했다. 퇴직연금제도는 2005년 12월에 도입됐지만 한 번 가입하면 퇴직할 때까지 장기로 불입해야 하므로 최대한 장기수익률을 따져봤다.

비교 결과 DB형은 연평균 7.73%의 수익률이 나오는 것으로 산정됐다. DB형은 기존 퇴직금제도와 비슷하게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연금액을 산정하므로 임금상승률을 기초로 계산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근로자를 기준으로 한 2000년 이후 11년간 평균 임금 상승률은 5.93%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50%)을 제외하고는 11년간 꾸준히 임금이 상승했다. 여기다 승진 및 호봉 승급에 따른 상승분 평균인 1.8%를 더한 수치다.

DC형 수익률은 공격적으로 운용했다고 가정할 경우 연평균 10.19%, 보수적으로 운용했다면 연평균 7.21%가 나왔다. DB형이 DC형 못지않은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DC형 수익률은 주식편입 비중이 전체의 40%로 가장 높은 채권혼합형 펀드를 기준으로 채권과 코스피 수익률을 합산해 산정했다.  
▼ “수수료 때문에 DC형 가입 권유” ▼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상무는 “DC형 수익률은 최고 10.19%로 얼핏 보면 DB형 수익률 7.73%보다 높지만 증시는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몇 년에 한 번씩 크게 요동친다”며 “DC형은 변동성이 커 자칫 원금손실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의 경우 회사 내 직급과 근무연수 등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특정 퇴직연금방식이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다만 젊어서 승진 기회가 많을수록 DB형이, 임금피크제 대상이거나 전면 연봉제를 실시하는 직장이라면 DC형이 유리할 수 있다. 평생 한 직장만 다니지 않는 직장인도 많아 근속연수가 높다고 DB형을 선택하면 곤란한 경우도 있다. DC형도 가입 시점에 따른 증시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차이날 수 있다. 한 퇴직연금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퇴직연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임금인상률이 높을수록, 젊을수록 DB형이 유리하다는 게 상식”이라면서도 “증권 등 판매사들이 수수료 수익 때문에 DC형의 강점을 마케팅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제도 도입 취지 중 하나는 저금리 상황에서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를 통해 노후 생활을 대비하자는 것이다. DC형의 수익률을 더 높이려면 퇴직연금에 주식 편입비중이 높은 펀드를 하루빨리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당초 올 상반기까지 퇴직연금에 주식형(주식 60% 이상) 또는 주식혼합형(주식 50% 이상) 펀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DB(Defined Benefit)형 ::

확정급여형으로 기존 퇴직금제도와 마찬가지로 퇴직 시점의 3개월 평균 임금에 재직연수를 곱해 퇴직금을 받는 방식.

:: DC(Defined Contribution)형 ::

확정기여형으로 회사가 매년 연간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을 직원이 선택한 퇴직연금 계좌에 넣으면 해당 직원이 운용상품을 선택해 파이를 키우는 방식. DC형을 따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대부분 DB형으로 퇴직연금이 운용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