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됩시다]‘정년 시계’는 계속 도는데… “한국기업 은퇴교육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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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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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에셋증권 ‘은퇴’ 국제세미나

미국의 종이, 목재 제조회사인 ‘와이어하우저’ 본사에서 근무하는 50대 직원들은 한 달에 네 번 아내 또는 남편과 함께 회사에서 아주 특별한 수업을 받는다. 재무·상속 설계사부터 노년학자, 간병 전문가, 탱고 댄서까지 다양한 강사들이 은퇴 이후 “즐겁고 의미 있게 사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와 별도로 2박 3일간 진행되는 특별프로그램은 신청자가 밀려 1년을 기다릴 정도다. 1990년대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에 선정됐던 이 회사는 2008년부터 비즈니스위크, 포천이 뽑은 ‘은퇴하기 좋은 기업’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고령화가 진전된 선진국에서는 근로자 대상 은퇴교육을 실시하며 ‘인생 100세 시대’ 준비를 지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 시작된 한국도 기업들이 은퇴교육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창희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장은 “기업 경영도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할 근로자를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근로자 은퇴 후 더 어려워

미래에셋증권이 29일 ‘근로자 은퇴교육과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한 국제세미나에 강사로 참석한 은퇴교육 전문가 샐리 하스 씨는 “와이어하우저 은퇴교육의 핵심은 직원 혼자가 아니라 부부가 같이 받는 데 있다”며 “은퇴 이후 부부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대화의 장을 마련해주고 은퇴설계는 개인이 아닌 부부, 가족의 문제임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스 씨는 와이어하우저에서 28년간 은퇴교육을 기획하고 정착시킨 주인공으로 2009년 58세로 퇴직한 뒤 각국을 돌며 기업 은퇴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와이어하우저의 은퇴교육은 1980년대 초 은퇴를 앞둔 직원에게 퇴직연금 교육을 하던 데서 출발해 이제 모든 직원에게 재무설계를 비롯해 생애설계, 건강관리 등을 연령별로 맞춤형 교육을 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특히 기업과 근로자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근로자는 안정적인 은퇴설계로 불안한 노후에 대한 걱정을 떨치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고 회사는 이를 통해 생산성은 물론이고 기업 이미지도 높일 수 있다.

그는 “한국의 경우 기대수명이 90세로 늘어 은퇴 이후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아직 근로자가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데다 기업이 근로자의 은퇴준비를 도와줘야 한다는 인식도 부족하다”며 “특히 한국의 40, 50대는 일에 빠져 지내며 일과 삶의 균형을 잃어버린 사람이 많아 은퇴 이후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한국 기업은 은퇴교육 사각지대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가 은퇴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은퇴교육을 받은 사람은 3.2%에 불과했다. 교육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도 대부분 교사와 공무원으로, 민간기업 근로자는 은퇴교육에서 소외돼 있는 실정이다.

2009년 기준 국내 기업의 17% 정도만이 은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대부분 구조조정에서 출발한 전직(轉職) 지원 프로그램에 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근로자의 90.3%는 은퇴준비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91.0%는 ‘국가와 직장’이 은퇴준비에 도움을 주길 원하고 있다. 손성동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실장은 “내가 고용한 근로자의 노후를 지원하는 것은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라며 “한국이 퇴직연금 근로자 교육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의무화한 만큼 이런 교육에 은퇴 관련 교육을 조금씩 추가해나가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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