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포스코ICT 신사옥 “여기는 3無 스마트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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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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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석 유선전화 팀별프린터 없애고 보고는 태블릿PC로, 각층엔 북카페

경기 성남시 분당구 포스코ICT 사옥의 사무 공간은 업무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소통과 협업을 강조한 120도형 책상, 각종 자료를 펼쳐놓기에 좋은 큰 책상 등이 있다. 직원들은 스마트폰이나 전용 단말기로 다음 날 자신이 일할 자리를 예약한다. 성남=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경기 성남시 분당구 포스코ICT 사옥의 사무 공간은 업무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소통과 협업을 강조한 120도형 책상, 각종 자료를 펼쳐놓기에 좋은 큰 책상 등이 있다. 직원들은 스마트폰이나 전용 단말기로 다음 날 자신이 일할 자리를 예약한다. 성남=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아침에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할 때 ‘한 시간만 늦게 출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여유로울까’란 아쉬움을 느껴보지 않은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여러 명의 팀원이 수시로 의견을 나눠야 할 때 적당한 업무공간이 없어 불편했던 경험, 동료의 안부 인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몰입해 일할 수 있는 아늑한 자리가 절실했던 경험도 다들 있을 것이다.

직장인들이 일터에서 겪는 고충을 해결해줄 ‘똑똑한’ 회사 사옥이 등장했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해 현재 1300여 명이 일하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판교테크노밸리의 포스코ICT 신사옥(지하 3층, 지상 10층 규모, 총면적 4만1497m²)이다.

포스코ICT는 포스데이타와 포스콘이 지난해 1월 합병한 포스코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다. 국내 최초로 빌딩 전체에 ‘스마트 오피스’ 개념을 적용했다는 이곳을 22일 다녀왔다.

○ 원하는 자리에 앉아 일한다


포스코ICT 직원들이 근무 중 휴식을 하며 창의력을 키우는 사옥 3층의 ‘리프레시 존’ (왼쪽)과 다음 날 일할 자리를 예약하는 좌석예약시스템 단말기.
포스코ICT 직원들이 근무 중 휴식을 하며 창의력을 키우는 사옥 3층의 ‘리프레시 존’ (왼쪽)과 다음 날 일할 자리를 예약하는 좌석예약시스템 단말기.
설명환 포스코ICT 기업문화그룹 차장의 하루를 들여다보자. 그는 다음 날 자신이 앉아 일할 자리를 매일 예약한다. 고정석이 없기 때문이다. 자리를 예약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스마트폰으로 회사 시스템에 접속하거나 사옥 1층에 있는 좌석예약시스템 단말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설 차장과 함께 좌석예약시스템 단말기 앞에 섰다. 그가 사원증을 단말기에 갖다 대자 다른 직원이 이미 예약한 자리는 붉은색, 빈자리는 푸른색으로 나타났다. 공연 예매하듯 푸른색으로 표시된 자리 중 마음에 드는 곳을 클릭하면 예약이 끝난다.

사무실 책상과 집기 배치는 업무 특성에 따라 다양하다. 세 명이 협업하기 좋도록 책상 세 개를 120도 각도로 맞물린 구조가 있고, 개발자를 위해 파티션을 길게 만든 책상도 있다. 조용히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사일런스 룸’이란 독서실 형태의 공간도 있다.

이 같은 변동 좌석제를 시행하면서 포스코ICT는 직원들의 외근, 휴가 등으로 생기는 빈자리를 없애 전보다 사무공간을 20% 이상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유 공간은 직원들의 창의력 제고 및 소통 공간, 실내 정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직원 한 명이 점유할 수 있는 면적도 2.6m²에서 4.6m²로 77% 늘었다.

○ 유무선 통합 근무 시스템

포스코ICT에는 다른 회사엔 다 있는 세 가지가 없다. 고정 자리, 유선전화, 팀별 프린터다. 직원들끼리 이동통신사의 ‘존(Zone)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폰에서 ‘#’ 버튼과 자리번호를 누르면 서로의 스마트폰으로 통화가 연결된다. 통신비는 회사에서 지급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필수불가결한 업무 도구다. 직원 위치 찾기, 결재, 각종 경영정보 조회 등을 스마트폰의 모바일 시스템에서 처리한다. 업무보고는 종이 보고서 대신 태블릿PC로 한다.

팀마다 있던 프린터(197대)는 없애고 각 층에 고속 대형 복합기(10대)를 설치했다. 부득이하게 출력이 필요할 땐 복합기에 사원증을 갖다 대야 한다.

○ 직원들을 잘 쉬게 해 창의력을 키워라


이 회사의 각 층에는 노란색 책장이 활기를 돋우는 북카페가 있다. 층마다 있는 10여 개의 회의실은 빔 프로젝트를 갖췄다. 일식당 같은 다다미방 형태의 회의실도 있다.

3층에는 직원들이 휴식을 통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450m² 규모로 보드게임방, 실내 정원, 안마의자, 퍼팅룸 등을 뒀다. 각종 나무 사이에 있는 안락의자에 몸을 파묻어 보니 피로가 절로 풀리는 기분이었다.

자율 출퇴근제를 본격적으로 실시하면서 많은 직원이 회사 지하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고 오전 10시에 출근한다. 방과후 아이의 숙제를 돌봐야 하는 여직원들은 오전 8시∼오후 5시 근무를 한다.

염순구 HR그룹 팀리더는 “일하는 공간이 바뀌면서 직원들이 사고하는 방식도 훨씬 유연해졌다”며 “사무실에서 무작정 일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조직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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