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통신사 점입가경 비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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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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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전화를 한 통 받았다. SK텔레콤 관계자였다. 긴 얘기를 나눴지만 요약하면 한마디다. “SK텔레콤은 휴대전화 요금을 내리기로 했는데 경쟁사들은 요금 인하는커녕 뒤에서 마케팅 비용만 늘린다”는 것이다. 이날 SK텔레콤은 방송통신위원회에 경쟁사들이 보조금을 과다하게 지급해 시장 질서를 저해한다며 ‘보조금 금지행위 신고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경쟁사들도 발끈했다. KT는 “SK텔레콤이 더 심하다”고 했고, LG유플러스는 “우리도 SK텔레콤의 위법행위를 방통위에 신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LG유플러스의 대응이 좀 더 강했던 건 SK텔레콤이 자사의 가입자는 이달 들어 약 2만3000명 줄어들었는데 그동안 LG유플러스 가입자가 약 1만7000명 늘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진흙탕 싸움이다. 한두 번 반복되는 일도 아니다. 그래서 식상하다. 이번에는 휴대전화 보조금이었지만 작년 2월에는 초고속인터넷이 문제였다. 당시 SK텔레콤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는 “현금 42만 원을 경품으로 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KT를 공격했다. 그 전에는 SK텔레콤이 공격을 받았다. 2009년 11월 KT가 애플의 ‘아이폰’을 내놓고 인기몰이를 하자 SK텔레콤이 삼성전자의 ‘옴니아’로 맞불을 놓았다. 지금 옴니아는 소비자들이 보상판매를 요구할 정도로 ‘실패한 스마트폰’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SK텔레콤이 옴니아를 한 대 팔 때마다 대리점 영업사원에게 약 10만 원의 ‘판매장려금’을 지급한 덕에 옴니아가 아이폰을 앞섰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저쪽이 잘못했다”고 고자질 전쟁을 벌인다. 연간 매출이 10조 원 단위인 회사들이 벌이는 싸움치고는 한심하다.

이날 보도자료를 내기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급여를 받는 SK텔레콤 직원들이 보낸 시간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제 얼굴에 침 뱉기 싸움을 벌이느라 KT와 LG유플러스 직원들이 보낸 시간의 비용은 또 얼마일까. 과도한 마케팅은 문제다. 요금인하 소홀도 지적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을 감시하라고 방통위가 존재하고, 언론사가 통신사를 취재하는 것이다.

통신회사들은 차라리 이 시간에 서비스 개선에 더 신경을 쏟아야 한다. 오늘도 우리의 스마트폰은 통화 중 수차례씩 끊어진다. 얼마 전 발표한 통신요금 인하 방안 가운데 몇 가지는 “통신사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연내에는 힘들다”는 소식이 들린다. 통신사들이 할 일은 고자질 말고도 많다.

김상훈 산업부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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