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요란했던 은행권 빅뱅… ‘빈수레’로 정권 넘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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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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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완 경제부 기자
차지완 경제부 기자
‘빈 수레가 요란하다.’ 요즘 은행권 인수합병(M&A) 시장을 두고 금융권 관계자들이 하는 말이다. 잇따른 M&A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의 경쟁구도를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각종 돌발 변수 탓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풀리는 게 없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권 빅뱅의 1차 뇌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의 짝짓기가 불투명해졌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유회원 전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파기환송심에서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 제청이라는 카드를 빼들었기 때문이다. 양벌규정이란 법인의 대표나 대리인, 사용인, 종업원 등이 업무와 관련해 증권거래법을 위반하면 해당 법인도 처벌을 받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양벌규정이 위헌이라는 다수의 판례가 있는 만큼 유 전 대표의 잘못에 대해 론스타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걸 입증해보겠다는 의도다. 법원이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받아들이면 파기환송심 공판 진행은 정지되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판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1∼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큰 법정 공방을 선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작업도 꼬여버린 것이다.

2차 빅뱅의 뇌관이었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도 불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입찰에서 유력한 인수후보였던 산은금융지주를 배제하기로 결정한 뒤 뚜렷한 인수후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29일까지 우리금융 인수의향서(LOI)를 받기로 했지만 둘 이상의 인수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유효경쟁’ 구도를 갖추지 못해 민영화 작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산은금융 민영화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우리금융 인수가 무산되면 산은 민영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산업은행이 현 추세대로 매년 20개씩 지점을 늘려 시중은행 수준인 1000개까지 확충하려면 50년이 걸린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여기에 내년 총선과 대선 등 굵직한 정치 일정까지 겹쳐 은행권 M&A가 성과 없이 시간만 끌다가 차기 정부로 넘어갈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M&A를 무리하게 진행하다간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의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약해질 것”이라며 “국내 금융시장이 빅뱅을 통해 대형화, 국제화되는 일은 다음 정부에서나 기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차지완 경제부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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