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엔 훈풍 北엔 삭풍… 아파트시장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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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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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프리미엄 8000만원… 서울은 일제 관망세

부산으로 이사하기 위해 최근 해운대 일대 아파트를 알아보기 시작한 주부 한혜승 씨(42·서울 관악구)는 지난해 12월 분양된 GS건설의 ‘해운대 자이’ 전용 84m²의 프리미엄이 최대 8000만 원까지 붙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씨는 “서울에 있는 우리 집은 일찌감치 싸게 내놔도 팔리지가 않는데 여기는 기존 아파트 값도 많이 올라 부동산 경기의 ‘온도차’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의 3.3m²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648만 원으로 지난해 6월 525만 원에 비해 23.4% 올랐다. 이영래 부동산114 부산경남울산지사장은 “분양 시장에서 ‘부산 불패’가 속속 확인되면서 4월까지만 해도 3, 4년 전과 비슷한 분양가를 제시하던 건설사들이 지난달부터 20% 이상 분양가를 높이기 시작했다”며 “적정 물량 이상으로 공급이 집중돼 ‘버블’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용광로’처럼 달아오르는 부산과 달리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냉장고’처럼 식고 있다. 특히 입주 여건이 좋은 5차 보금자리지구 발표 이후 매매 수요자들이 일제히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3일 부동산 정보업체들은 전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 조사 결과 보금자리지구로 선정된 서울 강동구와 경기 과천은 각각 ―0.37%로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매매가가 떨어졌다. 서울 서초구, 강남구 역시 하락세를 유지하면서 서울의 3.3m²당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6월 1732만 원 대비 0.9% 줄어든 1716만 원을 기록했다.

반대로 전세금은 눈에 띄게 상승해 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114m²의 전세금은 한 주 만에 6250만 원 올라 8억5000만∼9억5000만 원, 대치동 쌍용1차 102m²는 3500만 원 상승한 3억5000만∼4억2000만 원 선에 호가가 형성됐다.

매매가 상승이 이어지는 부산에서는 평범한 샐러리맨이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할 경우 내 집 마련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늘어났다. 3일 부동산 리서치 전문업체 리얼투데이가 국민은행과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부산에서 전용 85m²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서는 지난해보다 9개월 늘어난 4년 6개월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발 훈풍’의 여파로 집값이 오른 기타 광역시 및 지방에서도 내 집 마련 기간이 대부분 전년 대비 2∼9개월 늘어났다. 반면 서울에서 85m²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2년 1개월로 지난해보다 2개월 줄었다.

서울에서도 국지적으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수요가 집중되는 중소형에 대해서는 회복세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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