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계 “특1급 타이틀 떼일라”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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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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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 문화 “한식당 없으면 특1급호텔 등급 못받을 것”

정부가 앞으로 한식당이 없는 특급호텔에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일선 호텔들은 한식당 운영을 강요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3일 저녁 취임 100일(6일)을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특급호텔의 한식당 운영 회피와 관련해 “국내 특급호텔이 한식당을 운영하면 가산점을 주는 인센티브를 통해 한식당 운영을 유도하겠다”며 “한식당이 없으면 특1급 호텔 등급을 받지 못할 정도로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각 호텔은 3년마다 등급 심사를 받는데 서비스 수준, 객실 수, 시설, 직원 복지 등 100여 개 항목에 7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다. 특1급이 되려면 90%인 63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현재 한식당을 운영하면 가점 20점을 주고 있는데 배점을 100점까지 높여 한식당 설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정 장관의 방침이다.

정 장관은 “모든 호텔이 대규모 한식당을 설치할 수는 없지만 특화된 식단을 선보이는 작은 한식당이라도 만들어 한식을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특급호텔들은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한식당 운영을 기피해 왔다.

정 장관은 특급호텔의 한식당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호텔에서 파는 2만 원짜리 된장찌개를 누가 먹겠느냐”며 “호텔 한식당은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팔 게 아니라 집에서 못 먹는 궁중요리 등을 정갈하게 만들어 제대로 대접받았다는 느낌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라호텔도 최근 불거진 한복 출입 금지 파문 이후 한식당을 재개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신라호텔 측은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현재 서울 소재 19개 특1급 호텔 가운데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롯데, 워커힐, 메이필드, 르네상스호텔 등 네 군데 정도다. 한식당을 운영하지 않는 나머지 15개 특1급 호텔은 이번 정 장관의 발언으로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지금 한창 리노베이션 공사가 진행 중인 웨스틴조선호텔은 “호텔 리노베이션이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라 다시 공사를 시작해서 한식당을 추가로 넣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무 부처 장관이 수차례 한식당 운영을 강조한 만큼 호텔들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도 없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당장 호텔신라, 웨스틴조선호텔, 리츠칼튼호텔 등 일부 특1급 호텔들이 올 하반기 특1급 등급 심사 대상이라 그전에 한식당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특1급 타이틀을 떼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 관계자는 “한식당 운영과 관련한 배점을 최고 100점까지 높일 경우 특1급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며 “일부 호텔들은 당초 예정된 심사 일정을 당겨서 받을 수 없냐고 물어온다”고 전했다.

장영화 문화관광체육부 관광진흥과 사무관은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호텔 평가등급제가 실효성을 가지면서도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식당 관련 평가 배점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특급호텔들이 한식당을 운영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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