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될성부른 떡잎도 거름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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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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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속어 중 ‘양아들’이란 말이 있다. 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데도 감독이 유난히 아끼는 바람에 자주 출전하는 선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들처럼 편애한다는 뜻이다. 스타덤에 오른 선수 중에도 무명시절 양아들이라는 말을 들었던 선수가 꽤 있다. 대표적 예가 두산 베어스의 김현수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고교 졸업 후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2007년 신고 선수로 입단한 그를 3번 타자로 기용했다. 그는 시즌 초 종종 삼구삼진을 당했고, 그해 5월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많은 야구 관련 게시판에는 비난이 쏟아졌다. ‘김현수가 감독의 양아들이냐’는 가시 돋친 글이 올라왔다. 결국 그는 규정 타석도 못 채우고 2007년을 마감했다.

김 감독은 2008년에도 그를 계속 중심 타선에 기용했다. 그해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도 발탁했다. 감독의 믿음은 헛되지 않았다. 김현수는 일본전에 대타로 나와 당시 일본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역전 결승타를 때렸다. 좌타자인 그가 좌투수를 상대로 경기의 흐름을 바꾼 적시타를 친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2008년 타격왕에 올랐고 이후 최정상급 타자로 군림하고 있다. 숨은 재능을 알아보고 믿어준 김 감독이 없었다면 오늘의 김현수도 없을 것이다. 그는 믿어준 감독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다. 사람은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을 쏟을 때 평상시보다 훨씬 분발하고 노력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호손 효과(Hawthorne effect)라고 한다.

1920년대 미국 일리노이 주의 호손 공장에서 생산성 향상에 관한 실험이 이뤄졌다. 연구진은 작업장 조명을 밝게 하는 등 환경 개선에 주력했다. 하지만 생산량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이에 연구진은 몇몇 직원을 다른 작업실에 격리하고 작업 규칙을 완화했다. 특별대우를 해주자 이들의 생산성이 증가했다. 비록 그 효과가 오래가진 않았지만 원래의 작업 규칙을 적용했을 때도 이들의 생산량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호손 효과는 주위의 관심이 임금이나 근무 여건만큼 업무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타인의 관심을 얻은 직원은 자신을 생산 활동의 주체로 인식하고 성과 향상에 강한 의욕을 갖는다.

리더의 관심과 애정이 중요한 이유를 역으로 한국에 온 용병 선수의 성적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2008년 기아 타이거즈에서 뛴 호세 리마는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에 무려 21승을 거둔 투수였다. 하지만 리마는 불과 14경기 만에 초라한 성적을 내고 퇴출당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환경, 30대라는 나이도 문제였지만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용병의 현실, 즉 리더의 특별한 신뢰와 인내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선수를 압박한 측면도 적지 않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최고 타자 이승엽의 상황도 비슷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유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자신의 관심과 주목이 직원에게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알고 실천하는 리더는 많지 않다. 될성부른 떡잎을 판별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떡잎에 물과 거름을 주는 리더의 ‘행동’이다.

하정민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dew@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8호(2011년 4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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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가 본사 붕괴 다음날 영업재개한 비결

▼ Special Report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9·11테러로 맨해튼 본사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바로 다음 날 영업을 재개했다. 수년간의 꾸준한 대피 훈련 덕에 건물 붕괴 직전 2700명의 직원이 신속히 탈출에 성공한 데다 대체 사업장까지 미리 보유해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대형 위기가 아닌 시장의 작은 변화에도 버티지 못하고 몰락하는 기업도 많다. 양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충격을 받아도 남들보다 빨리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기업 복원력(corporate resilience)을 보유했느냐 아니냐다. 과거에 비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훨씬 커지면서 기업 복원력의 유무가 기업 생존을 결정짓는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이호준 삼성방재연구소 수석 연구원과 유종기 딜로이트 이사가 기업 복원력을 높이기 위한 7대 전략을 제시한다.



매출이 계속 떨어지는 브랜드는 수명 다된 걸까

▼ Brand Management


특정 브랜드의 매출 성과가 계속 하락할 때 대다수 기업은 그 브랜드를 회생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 무조건 새 브랜드를 육성하려고 한다. 하지만 매출 성과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브랜드라고 모두 수명이 다한 걸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시장에서 막강한 위상을 가지고 있던 브랜드는 오랜 기간 축적해 온 브랜드 자산이 있다. 브랜드 자산 가치가 하락했다 해도 최소한 브랜드의 인지 자산은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해 육성하는 것보다 브랜드를 재활성화하는 편이 위험 부담도 적고 비용도 적게 든다. LG생활건강의 치약 브랜드 페리오는 제품 이름을 그대로 유지한 채 포장 디자인을 바꿔 성공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한 바 있다. 김동균 비아이티컨설팅 대표가 브랜드 퇴출 판별 기준과 성공적인 브랜드 재활성화 전략을 소개한다.



영리기업-시민단체 손 잡으니 놀라운 결과가…

▼ Harvard Business Review


최근 멕시코의 한 시민단체는 멕시코 관개시설 건설업체 아만코(Amanco)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영세 농민들을 상대로 한 아만코의 사업을 도왔다. 이 시민단체는 농부들이 단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을 알선해준 후 대출금으로 아만코 제품을 구매하도록 했다. 이후 농민들에게 관개기술을 전파하고 관개 시스템도 직접 설치해줬다. 그 결과 연간 5600만 달러 규모의 적수 관개(drip irrigation) 시장이 형성됐고, 농부들은 관개 시설 설치를 통해 농작물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있었다. 아만코도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빈곤, 질병 등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코너에서 영리 기업과 시민단체의 협업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의 수익도 늘리는 법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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