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불합리하지만 ‘착한’ 수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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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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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플 앱스토어는 개설 2년 6개월 만인 올해 1월 누적 다운로드 건수 100억 회를 돌파했다. 개설 1년 만에 15억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더니 대단한 성장세로 세상을 다시 놀라게 했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애플은 유료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판매금액 중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2 올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백화점의 판매수수료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백화점 업계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여론과 정부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백화점의 판매수수료는 보통 매출의 10∼30%대 수준. 공정위에 따르면 2009년 백화점 업종의 평균 판매 수수료율은 25.6%다.

백화점의 평균 판매수수료는 앱스토어의 수수료보다 높지 않다. 수수료 결정 방식도 백화점의 방식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일괄적으로 30%를 적용하는 앱스토어와는 달리 백화점 판매수수료는 점포의 입지와 판매력, 입점 브랜드의 인지도와 실적 등에 따라 다양하게 책정된다. 개발사 등 앱스토어 콘텐츠 제공자들은 수수료에 대한 교섭권이 없다.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있지만 교섭력이 애플에 편중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개발사들이 올리는 수익은 장기적으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두 장터가 상반된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앱스토어에서는 회계적 수치인 원가나 가격이 아닌 가치를 중심으로 거래 관계가 형성돼 있다. 판매대금의 절반도 못 가져가는 극도로 불공정한 거래 관행에 시달려 온 콘텐츠 제공자들에게 앱스토어는 쓸모 있는 건 무엇이든 올려서 팔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 제조사와 유통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새로운 ‘생태계’ 속에서 수수료 30%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종 사용자인 소비자들도 시시각각 새로운 앱이 쏟아지니 즐겁다. 앱 구매 결정 방식도 혁신적이다. 앱스토어에서는 무료 라이트 버전을 체험해 보고 쓸 만하면 유료 정식 버전을 구매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효과가 있으면 지불’하는 가치 중심의 구매 결정 방식이 통용되는 시장인 셈이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 반대하는 측은 불공정 행위 시정 차원을 넘어선 급진적 정책이라며 비난한다. 반면에 찬성론자들은 좀 더 적극적인 상생정책을 펴야 시장경제를 더 튼튼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일부 대기업은 미래의 경쟁력이 협력사들과의 생태계 강화에 달려 있다고 보고 협력사와의 공동 기술 개발과 공동 해외 진출, 협력사 임직원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대기업은 소극적인 사회공헌 활동 차원에서 상생 문제를 바라본다. 회계적으로 산출되는 수치인 목표 대비 ‘초과이익’을 대기업이 먼저 내놓도록 하는 동반성장위원회의 방식은 일종의 벌과금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부는 대기업들이 협력사에 대한 인식을 원가 절감의 대상에서 가치 창출의 파트너로 바꾸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정부가 먼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사업에 자금 등을 지원해 모범 사례를 끌어내는 방법도 시도해봄 직하다. 대기업이 적은 위험 부담으로 ‘추가적인 가치’를 얻도록 도와주고, 이를 협력사 지원에 재투자하게 하는 것이다. ‘효과가 있으면 지불’하게 함으로써 관점을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의 더 큰 가치에 두도록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7호(2011년 3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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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색한 군주가 자비로운 군주보다 낫다고?

▼ 메디치 가문의 창조 경영 리더십


“고결해 보이는 행동은 파멸을 초래한다. 반면 사악해 보이는 행동은 지위를 강화하고 번영을 낳는다.” 현대정치학의 시조로 불리는 마키아벨리는 저서 ‘군주론’에서 메디치 가문의 리더에게 자비로운 군주가 아닌 인색한 군주가 되라고 당부했다. 많은 사람은 마키아벨리가 권력 쟁취를 위해 권모술수를 부리라고 선동하는 악한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그는 오랜 경험을 통해 군주가 백성에게 보여주는 자비로움과 너그러움은 허세나 자기 과시에서 비롯된다고 판단했다. 군주가 품위 유지를 위해 국가 자원을 낭비하거나 과도한 세금을 징수해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군주가 처음부터 냉정하고 인색하게 굴어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더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운명의 주인이 되기 위해 비르투스(Virtus·탁월함)를 추구해야 하는 존재라는 게 마키아벨리의 시각이다. 운명의 주인이 되려는 리더는 고상한 이론보다 냉정한 현실을 중시한다. 현실적인 필요에 따라 신속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소셜 커머스, 새 고객을 단골로 만들려면…

▼ Hightech Marketing Group


실전 솔루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전자상거래 업체인 티켓몬스터. 이 회사에서 가장 비싼 제품은 웨딩 관련 서비스로 할인 폭이 67%나 됐다(2011년 1월 기준). 가격이 45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떨어지자 구매자가 296명이 몰렸다. 이처럼 소셜커머스는 가격 책정법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소셜커머스는 고객이 제품을 구매한 뒤 할인 가격을 적용받기 위해 직접 제품을 홍보하고 추가 구매자를 모집한다는 점에서 기존 단체 할인과는 다르다. 소셜커머스는 고객이 SNS를 통해 개인적인 친분을 활용해서 다른 고객을 모집한다. 그래서 여느 마케팅보다 전파력이 강하다. 반면 무리한 판매는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신규 고객을 어렵게 확보해도 이들을 단골로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또 부정적인 구전 마케팅은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따라서 소셜커머스를 잘 활용하려면 저가 제품으로 단발성 고객을 유인한 뒤 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을 쓸지, 신규 고객을 단골로 유지하려는 전략을 이용할지 등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또 신규 고객을 단골로 바꿀 수 있는 마케팅 인프라를 잘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기법 통한 경쟁력 강화 노하우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2002 년 미국 애틀랜타 귀넷 카운티의 한 공립학교는 고민에 휩싸였다. 성적 저하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의 시스템 책임자들은 학교 내에 축적된 각종 데이터의 패턴과 예측 변수 등을 분석하는 기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데이터 분석을 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졸업하지 못한 학생 중 상당수는 9, 10학년에 배우는 대수학 과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더 자세히 분석해 보니 대수학을 배우기 전에 이미 수학을 어려워했던 학생들은 대부분 8학년에 배우는 창의적인 글쓰기 과목에서 저조한 성적을 냈다. 이에 따라 귀넷 학교는 학생들이 창의적인 글쓰기 수업을 성공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많은 자원을 투입했다. 창의적인 글쓰기 과목 통과율이 높아지자 대수학 통과율 역시 높아졌다. 결국 졸업하는 학생들의 비율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0년 귀넷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격차를 좁힌 성과를 인정받아 상을 받기도 했다. 분석 기법을 잘 활용하면 정보가 가치 있는 통찰력으로 바뀐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하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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