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사들 “중동 빅3, 너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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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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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이 쿠웨이트에 액화석유가스(LPG) 저장탱크를 건설하는 6200억 원 규모의 공사를 낙찰 받아 올해 첫 해외 수주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9일 이 회사에는 활기가 넘쳤다. 중동 민주화사태의 확산으로 해외 수주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들려온 희소식이었기 때문. 지난달 중순 사우디아라비아의 와시트 가스플랜트 프로젝트 4개 패키지 중 3개를 수주한 SK건설은 약 18억3700만 달러 규모의 이 사업 확보로 올해 중동지역 수주 목표치인 13억6500만 달러를 1분기에 이미 달성했다. 대우건설 역시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의 슈웨이하트 S3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수주에 성공하는 등 낭보가 이어지고 있어 해외 수주 계획 52억9000만 달러 가운데 36%를 차지하는 중동 지역의 수주 계획치를 낮추지 않기로 했다.

해외 수주 물량이 많은 대형 건설사들은 중동 사태에도 불구하고 목표액을 하향 조정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지난해 국내 업체의 해외 수주 실적 가운데 57%를 차지한 ‘빅3’ 국가인 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에서만큼은 공사에 지장을 줄만큼의 소요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 소요사태 제한적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1일 ‘분노의 날’이 열릴 것으로 예고됐고 쿠웨이트에서도 최근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이 지역도 민주화 사태 여파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GS건설 리스크매니지먼트팀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체들이 진출한 빅3 국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시민들의 시위 조짐에 각 정부가 유화책 등 즉각적인 조치를 내놓고 있어 사업에 지장을 줄만큼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1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3월 10일까지 국내 업체의 해외 공사 수주액은 총 276억2700만 달러로 지난해 1월 이례적으로 수주된 대형공사인 UAE 원전 수주액 186억 달러를 빼면 90억2700만 달러다. 올해는 연초부터 이달 10일까지 75억49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어 지난해의 83% 수준. 강신영 해외건설협회 중동실장은 “같은 기간에 중동지역의 수주액은 지난해 215억7600만 달러에서 올해 49억1300만 달러로 줄어들었지만 UAE 원전을 제외하면 오히려 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중동 민주화 시위가 리비아로 번져 과격화 양상을 띠기 시작한 2월 중순 이후에도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 SK건설 등 총 5개 업체가 7건의 공사를 수주했다. ○ 사태 지속되면 목표 하향도 고려해야

그러나 올해 들어 발표된 수주 물량은 업체들이 지난해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뒤 진행한 것이 최근 결정된 것이어서 이번 중동 사태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또 입찰부터 수주까지 통상 6개월에서 2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의 중동 사태로 단기적으로 발주 물량이 줄어들면 1, 2년 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실적에는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고 일부 전문가는 지적했다.

소요 사태로 간접적인 피해가 가시화한 곳도 있다. 특히 국내 업체의 해외 공사 수주 비중의 80%를 차지하는 플랜트 부문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7일 입찰에 들어간 오만 수르시 1700MW급 민자발전소 건설 및 운영사업을 추진해온 미국업체 AES오아시스에너지는 오만의 민주화 시위 확산으로 사업 리스크가 커지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실패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이 업체가 입찰에 성공할 경우 설계 시공을 맡기로 한 국내 한 대형건설사 역시 참여가 무산돼 14억2900만 달러 규모의 사업 기회를 잃게 됐다. 시위 확산 지역을 중심으로 예정된 플랜트 발주 일정이 연기 및 취소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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