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현대차 ‘국내시장 신뢰 얻겠다’는데…

  • Array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내 홀대 논란 등 거부감 잠재우고 소비자의 사랑 받을 방법 연구 시급

“저희 현대자동차가 국내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세계 5대 메이커, 떠오르는 ‘스타’로 대접받습니다. 그런데 국내 시장에서는 그만한 신뢰를 못 받습니다.”

18일 부산과 거제도 일대에서 열린 ‘신형 그랜저’ 시승회 뒤 이어진 제품설명회. 김성환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은 내수 시장 점유율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김 실장은 “저희가 왜 소비자에게 신뢰를 못 받는지 반성했다”며 “(단순히) 차를 많이 파는 게 아니라 고객들이 갖고 싶어 하는 차를 팔아 소비자 신뢰를 얻겠다”라고 덧붙였다.

진솔한 고백이었고, 또 마케팅 담당 임원이니 제품 이야기밖에 할 수 없었을 테지만 기자는 그의 말을 들을 때 ‘절반의 답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차가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못 얻는 것은 내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기 훨씬 전부터 있어온 현상이고, 제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갖고 싶은 차를 만든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현대차에 갖는 거부감은 한국인이 대기업에 대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정서적 거리감을 훨씬 넘어선 수준이라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 ‘욕하면서 사는 차’가 현대차고, 그러니 수입차 회사나 다른 국내 경쟁사에서 적절한 대안이 나오면 내수 점유율이 금방 추락할 수 있다고 본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나날이 높아지는 가격, ‘수출용과 내수용이 다르다’는 말로 표현되는 국내 시장 홀대 논란, 불친절한 애프터서비스 등 비교적 단기간에 개선할 수 있거나 일부 오해가 섞인 문제도 있고, 협력업체를 대하는 태도나 권위적인 기업문화 등 제품 외적인 요소도 있다. 가격 인상에 대해 현대차가 항상 “값이 올라간 이상으로 상품성이 좋아졌다”고 무성의하게 대응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세계 4강을 꿈꾸는 현대차는 크지는 않더라도 ‘계속 성장하는 자국 시장’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다는 점에서 ‘빅3’ 회사에 비해 엄청난 이점을 누리고 있다. 도요타가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3%밖에 높이지 못한 이유는 일본 자동차시장의 축소로 일본 내 도요타 브랜드 판매가 지난해보다 27만 대 줄어들 걸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국내 자동차시장 경쟁은 전보다 훨씬 더 치열해질 것이고, 현대차그룹도 앞으로 경영권 승계 등 국내 여론을 살펴야 할 일이 많다. 현대차는 지금 해외 시장 진출 성공에 취해 있을 게 아니라 그동안 버팀목이 돼준 국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방법을 연구해야 할 때 아닐까.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