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에번 윌리엄스 ‘한글 트윗’ 소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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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는 SNS 아닌 정보 네트워크”

19일 오전 10시 5분. 에번 윌리엄스가 서울 중구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스파 서울 기자회견장에 마련된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전 세계 2억 명이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 3명 가운데 1명이다.

윌리엄스는 첫마디로 “트위터는 단순한 SNS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의 뒤에 걸린 커다란 스크린 위로 “트위터는 실시간 글로벌 정보 네트워크 입니다”라는 띄어쓰기가 어색한 한국어 ‘트윗’이 떠올랐다. 트윗은 트위터를 통해 사용자들이 주고받는 메시지다. 곧이어 화면에 새 트윗이 나타났다. “한국어 트위터를 소개합니다.” 이번에는 완벽한 한국어 문장이었다. 윌리엄스는 이날 트위터가 영어와 프랑스어 등에 이어 7번째로 한국어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 트위터 창업자, 한국에 놀라다

윌리엄스는 2006년 잭 도시, 비즈 스톤과 함께 트위터를 창업했다. 트위터 서비스의 아이디어는 도시가 냈고 스톤은 개발을 도왔다. 윌리엄스는 자금을 대고 비즈니스를 이끌었다. 그는 지금 트위터를 개선하고 미래 전략을 짜는 일을 맡고 있다.

윌리엄스는 트위터의 미래가 ‘정보 네트워크’라고 강조했다. “뉴스를 읽는 방식이 트위터로 인해 근본적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는 “트위터는 일종의 ‘뉴스 가판대’ 역할을 하는데 상호작용이 가능한 가판대”라며 “이런 트위터를 통한 자유롭고 개방된 의견 교환이 세상을 바꾸고 한국도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트위터에서는 전문가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을 ‘팔로’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의 트윗이 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배달된다. 마치 친구들과 만나 “그 얘기 들어봤어?”라며 새 소식을 주고받듯 트위터를 통해 내 관심 분야의 ‘맞춤형 뉴스’를 실시간으로 듣게 되는 것이다. 그는 “단지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유명인까지 내 ‘뉴스 배달원’으로 쓸 수 있다는 게 트위터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정보분석업체 트렌드시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트위터 사용자는 약 201만 명으로 2009년보다 10배 가까이 늘었고 이들이 올리는 트윗은 35배 증가했다. 윌리엄스는 “한국인이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엄청난 속도에 놀랐다”며 “이런 속도를 배워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시키려고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윌리엄스의 일정도 그의 말처럼 ‘속도전’이었다. 18일 오후 방한과 동시에 포털 사이트 다음과 만나 검색 결과에 트위터 내용을 제공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다음 날에는 당장 이를 이용한 새 홈페이지를 선보였다. 그는 또 LG유플러스와의 협의를 마치고 이날부터 ‘#1234’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트위터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윌리엄스는 KT와도 접촉한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

○ 트위터에 놀란 한국 인터넷

트위터는 한국 시장의 잠재력에 놀라 한국에서의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반면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들은 트위터에 당황하고 있다. 당장 트위터와 제휴한 다음은 자체 개발 서비스인 ‘요즘’을 포기할 상황에 몰렸다. 이는 트위터와 비슷한 서비스다. 다음 관계자는 “‘요즘’이 살아남을지 사라질지는 사용자의 선택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도 최근 트위터와 유사한 ‘와글’이란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이날 통신사 가운데 트위터와 가장 먼저 협력하기로 했다. 결국 이들의 경쟁사인 포털 업체나 통신사들도 ‘한국식 서비스’ 대신 트위터와의 제휴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에 몰린 셈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 이태신 SNS본부장은 “트위터 같은 서비스는 스마트폰이 만드는 ‘모바일 시대’에 적합해 기존의 글로벌 서비스가 인기를 끌지 못하던 아시아 지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국내 업체가 이 트렌드에 대한 대응이 다소 늦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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