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고마워요, 국회의장 세일즈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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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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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일 알제리와 크로아티아를 방문한 박희태 국회의장이 11일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을 만나 현지에 진출한 한국 건설업체의 애로사항을 ‘단칼’에 해결해 건설업계에서 화제입니다.

어려움을 해소한 건설업체는 바로 대우건설입니다. 대우건설은 2009년 11월 알제리 교통부가 발주한 1785억 원 규모의 젠젠항 확장공사를 수주했습니다. 공사 기간을 지키기 위해 대우건설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자마자 690억 원을 들여 현장에 장비와 건축자재를 투입했습니다. 그리고 ‘공사를 시작해도 좋다’는 뜻인 착공지시서 발급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알제리 교통부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착공지시서 발급을 차일피일 미뤘습니다. 대우건설로서는 ‘곧 나오겠지’ 했던 착공지시서가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발급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년이 넘었고 햇수로 올해 3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결국 대우건설은 손실을 감수하고 사업을 접는 시나리오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던 중 박 의장이 알제리를 방문해 알제리 대통령을 만난다는 소식이 알려졌던 것입니다. 대우건설은 박 의장 측에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에서 젠젠항 공사를 화제로 삼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박 의장 측도 “그 얘기를 가장 먼저 꺼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젠젠항 공사가 양국 간 고위급 회담의 의제로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알제리 정부가 다급해졌습니다. 고위급이 만나는 외교무대에서 껄끄러운 주제가 논의 대상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알제리 교통부는 11일 박 의장과 자국 대통령 면담에 앞서 8일 착공지시서를 발급했습니다. 대통령이 박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는 “이미 3일 전에 처리된 일”이라며 곧바로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는 후문입니다.

과거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국 건설업체에 공사를 맡기는 즉시 돈을 지급했습니다. 공사 규모도 적었고 ‘한국은 못사는 나라’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는 아닙니다. 그들은 한국의 선진 건설업체들로부터 공사는 물론이고 기술 이전, 자금 조달, 고용 창출 등 자국 경제에 이익이 되는 ‘부가 서비스’를 원하게 됐습니다.

건설업계가 박 의장의 이번 ‘국회의장 세일즈’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도 ‘앞으로는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 때문입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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