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전기의 역설… 전기 난방기가 겨울전력난 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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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요즘 전력수급 정책을 담당하는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일 폭증하는 전력수요 때문이다.

올겨울 들어 최대전력수요는 벌써 3번이나 경신됐다. 난방용 전기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강추위가 몰아쳤던 10일 오전에는 전력 예비율이 사상 최저인 5.7%(407만 kW)대로 떨어져 지경부에 한때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난방용 기기는 전기난방기구 외에도 석탄, 석유, 가스를 쓰는 기구 등 다양했다. 겨울철 학교 교실에서는 당번들이 돌아가며 난로에 조개탄을 넣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가게나 사무실 한가운데서는 늘 석유난로가 돌아갔다. 겨울의 상징과도 같은 특유의 타는 냄새를 풍기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이 제품들 중 상당수가 대부분 전기온풍기나 전기난로, 전기히터, 전기장판 등 전기제품으로 대치된 상태다. 지경부 관계자는 “특히 대형건물에 시스템에어컨 설치가 보편화(약 40만 대)되면서 상업용 난방수요가 급증했다”며 “전기장판 등 가정용 난방기기도 2006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겨울철 난방용 전력수요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여기에 현대인은 이미 겨울철에도 추위보다는 따뜻함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겨울철 기온이 낮아져 겨울철 최대전력수요는 해마다 경신되고 있다. 지경부 집계에 따르면 2009년 난방용 전력수요(1675만 kW)는 2003년(825만 kW)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정부는 매년 겨울 국민에게 에너지 절약 동참을 호소하고 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전력업계는 그 원인을 “원가보다도 싼 전기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전기료는 원가보다도 10%가량 싼데, 이 때문에 국민들이 전기 절약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는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2004년 이후 도시가스 및 등유 가격은 45%가량 인상됐지만 (서민경제를 고려해) 전기요금은 13%밖에 인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기간 등유 소비는 55% 감소한 반면에 전기 소비는 49% 늘었다.

전력 부문 적자와 겨울철 전기공급 위기가 심화되면서 정부는 앞으로 단계적으로 전기료를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력 대란을 막고 전기료 인상을 늦추기 위해서라도 국민 모두가 조금씩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면 어떨까. 국민들이 두꺼운 옷을 입고 난방온도를 3도만 낮추면 겨울철 300만 kW의 전기를 아낄 수 있고 1조8000억 원의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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