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조, 삼성전자 작년 사상최대 실적… IT기업 세계1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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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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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반도체-LCD, 하반기엔 갤럭시S 1등 공신

“양(量)으로 따지면 이제 앞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이 신기록을 세운 회사의 실적을 두고 한 말이다.

삼성전자가 7일 2010년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연간 매출액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경쟁할 수 있는 회사는 2000년 세계 최대의 컴퓨터 회사 컴팩을 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운 HP 정도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2010년 매출액 1354억 달러(지난해 12월 30일 달러당 1134.8원 기준)와 영업이익 152억 달러를 달성해 HP의 매출 1260억 달러, 영업이익 115억 달러를 모두 앞섰다.

이제 남은 과제는 ‘질(質)’이다. 삼성전자는 매출로는 세계 IT 업계에서 최고지만 기업의 가치를 나타내는 시가총액으로는 훨씬 적은 매출을 올리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크게 뒤지기 때문이다.

○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의 배경


이날 삼성전자는 2010년 4분기(10∼12월) 매출이 약 41조 원, 영업이익은 3조 원에 이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으로 보면 매출은 153조7600억 원, 영업이익은 17조2800억 원을 올렸다. 이는 2009년보다 각각 12.8%와 58.1% 증가한 수치다. 2009년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을 뜻하는 ‘100-10’ 클럽에 처음 진입한 데 이어 1년 만에 매출 ‘150-15’ 클럽까지 가입한 것이다.

뛰어난 실적을 올릴 수 있던 가장 큰 원인은 삼성전자의 강점인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다. 상반기에는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휴대전화 시장에서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이른바 ‘아이폰 쇼크’라고 불리는 부진을 겪었지만 스마트폰의 재료에 해당하는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휴대전화를 담당하는 무선사업부의 부진을 만회했다.

하반기에는 세계적으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데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상반기에 개최되면서 TV 수요도 상반기에 몰려 LCD 가격까지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반기에 부진했던 무선사업부가 ‘갤럭시S’ 등을 선보이면서 좋은 실적을 이끌었다. 갤럭시S는 지난해 6월 판매를 시작한 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1000만 대가 넘게 팔렸다.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부품과 세트의 이익조합이 제대로 이뤄진 셈이다. 삼성 내부에선 특유의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판세를 뒤집은 것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 패스트 팔로어, 그 이상이 필요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 개막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 중요한 변곡점 때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었던 ‘스피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0년대 초 전자산업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갈 때 선발업체들의 장점을 재빨리 흡수하면서 과감한 투자로 이들을 따라잡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날로그 방식의 브라운관 시장에서 절대 강자였던 소니는 디지털 방식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과 LCD TV 시장이 열리면서 2006년부터 삼성전자에 1위를 빼앗겼다. 또 2008년 말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금융위기로 투자를 주저할 때 경기회복을 대비해 반도체와 LCD 공정에 투자해 곧바로 성공을 거뒀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디지털 시대에는 무엇보다 스피드가 중요한데 삼성은 대기업이면서도 경영진을 중심으로 전 조직이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전자업계에서 유일하게 부품(반도체, LCD)과 세트(TV, 휴대전화)를 모두 만들면서 기술개발이나 공급망관리에서 수직계열화의 이점을 살린 것도 삼성만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 사업장의 재고와 물류 흐름, 판매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삼성의 ‘스피드 경영’에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 스스로도 인정하듯 애플의 아이폰처럼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제품을 보유하지 못한 것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사업영역을 창조하는 역량이 떨어진다”며 “임원들의 연령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핵심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젊고 창의적인 인력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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