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백덕현 코오롱패션부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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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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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전호흡-氣체조에 매료… 경영의 영감 샘솟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과 캠브리지코오롱의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코오롱그룹의 패션 사업을 이끌고 있는 백덕현 사장. 매일 아침 단전호흡과 명상으로 경영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그는 “직원들이 창조적인 업무수행을 통해 행복을 공유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코오롱그룹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과 캠브리지코오롱의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코오롱그룹의 패션 사업을 이끌고 있는 백덕현 사장. 매일 아침 단전호흡과 명상으로 경영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그는 “직원들이 창조적인 업무수행을 통해 행복을 공유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코오롱그룹
“1000만 원짜리 옷이라도 고객이 옷을 사 입을 때 1000만 원 이상의 가치를 느낀다면 그건 결코 비싼 옷이 아닙니다. 코오롱은 옷이 아니라 가치를 팔려고 합니다.”

코오롱그룹의 패션 사업은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과 캠브리지코오롱㈜의 2개 법인이 있다. 2007년 코오롱그룹이 캠브리지를 인수하면서 2개 법인을 나눠 브랜드를 관리해왔지만 이 사업군의 수장(首長)은 한 사람이다. 2009년 10월부터 백덕현 사장(60)이 두 회사의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전통의 코오롱 패션’을 이끌고 있다.

7일 경기 과천시 별양동 코오롱타워 본사에서 만난 백 사장은 패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답게 깔끔하고 세련된 클래식슈트 차림이었다. 차분한 톤의 정장에 대비되는 오렌지색 넥타이가 눈길을 잡았다.

○ ‘가치’ 있는 옷 파는 ‘행복한’ 회사

2009년 부사장으로 대표이사에 최임한 백 사장은 올해 1월 1일자로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코오롱그룹 패션 사업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선 직후여서 그룹 안팎에서는 백 사장에게 ‘겹경사’를 맞았다며 축하를 보내기도 했다. 코오롱은 지난해 패션사업 부문에서 1조1330억 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2008년 제일모직(패션부문)과 이랜드가 패션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연 매출 1조 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코오롱은 LG패션과 나란히 1조 원 클럽에 가입했다.

매출 증가의 원동력에 대해 백 사장은 가치 이야기부터 꺼냈다. 고객이 비싼 제품을 사야 회사의 매출이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제품이 아니라 ‘고객이 만족할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비싼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이 백 사장의 논리다. 비싸게 팔라는 것이 아니라 ‘비싼 제품’을 팔라는 뜻이다. 백 사장은 “직원들에게 늘 비싼 제품을 만들라고 요구한다”며 웃었다.

이런 가치를 잘 반영한 제품이 지난해 첫선을 보인 캠브리지멤버스의 비스포크(최고급 맞춤 정장) 서비스다. 300만∼400만 원대로 가격은 비싸지만 장인이 수작업을 통해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꼭 맞는 제품을 만들어주는 정장이다. 기업 CEO나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서 점차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전반적으로 신사복이 고전하는 가운데서도 캠브리지멤버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이 113%나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력 제품군인 코오롱스포츠도 30% 성장하며 매출 신장을 주도했다.

백 사장은 “가치를 담은 제품을 만들려면 끊임없이 변화하고 창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 경영 방침에 대해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자기 완결형 직원’이 창조적 업무 수행을 통해 행복을 공유하는 회사로 만드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 단전호흡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 찾아

사실 백 사장은 이번에 두 번째로 패션 기업 대표이사를 맡은 것이다. ㈜코오롱과 FnC코오롱이 합병해 코오롱인더스트리로 재출범하기 전인 2001년, 당시 상무로 FnC코오롱 대표이사를 맡았다. 두 회사는 2009년 6월 합병했다. 2001년 12월부터 2003년 9월까지 상무와 전무로 대표이사를 맡다 건강이 악화돼 잠시 휴직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발을 뺐다. 격무로 고혈압 증세가 찾아온 것이 이유였다. 20년 이상 수영과 등산으로 건강을 유지해온 터라 본인도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때 단전호흡을 배웠다. 백 사장은 “주변의 권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몸을 추스르기 위해 스스로 도장을 찾아 나섰다”고 말했다. 당시 매일 새벽 도장에 나가 1시간씩 단전호흡과 기(氣)체조, 명상을 하며 단전호흡을 익혔다. 꾸준한 운동은 곧 효과를 봤다. 1년이 지나지 않아 건강을 되찾은 그는 2004년 10월 부사장 겸 중국 상하이법인장으로 임원진에 합류했다. 2009년 귀국 후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회사를 이끌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단전호흡을 하는 습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요즘도 일주일에 서너 차례 집 근처 도장에서 1시간가량 단전호흡과 명상을 한 뒤 출근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체조와 단전호흡은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정신력이 강건해질 뿐 아니라 끈기도 생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명상을 하는 동안 자기 성찰의 기회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단전호흡과 기체조로 많은 효과를 본 뒤 지인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했다”며 “무엇보다 머리가 맑아져 창의적인 경영 아이디어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패션 기업의 직원은 사고가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그는 직원들에게 “안 팔려도 좋으니 새롭고 창의적인 제품 개발을 끊임없이 시도하라”고 주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강조하는 그의 눈높이는 글로벌에 맞춰져 있다.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패션을 만들자는 것이 그의 모토다. 이는 패션업계를 선도하겠다는 경영자로서의 욕심과도 관계가 있다.

“매출 1조 원 달성은 다른 회사가 먼저 했지만 5조 원 달성은 우리가 먼저 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합니다. 국내 시장에만 팔아서는 5조 원어치의 옷을 팔 수 없지요. 그러려면 수준을 세계에 맞춰야 합니다.”

과천=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 백덕현 사장은

―1951년 경기 파주 출생

―1970년 서울 용산고 졸업

―1977년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1977년 코오롱상사 입사

―1991년 이사보

―1999년 이사

―2001년 상무, FnC코오롱㈜ 대표이사

―2002년 전무

―2004년 부사장, FnC코오롱㈜ 상하이법인장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및 캠브리지코오롱㈜ 대표이사 직무대행

―2011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및 캠브리지코오롱㈜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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