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20년 ‘난’ 박사 스바루코리아 최승달 대표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蘭처럼… 시련 딛고 꽃 활짝 피울것”

최승달 스바루코리아 대표가 20년 동안 키운 난(왼쪽)과 각각 6년간 기른 난 화분들을 보여주고 있다. 최 대표는 시련을 겪어야 꽃을 피우는 난처럼 국내 수입차 업체의 막내 격인 스바루코리아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승달 스바루코리아 대표가 20년 동안 키운 난(왼쪽)과 각각 6년간 기른 난 화분들을 보여주고 있다. 최 대표는 시련을 겪어야 꽃을 피우는 난처럼 국내 수입차 업체의 막내 격인 스바루코리아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난은 그냥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시련을 겪어야 꽃을 피우고 향기를 냅니다.”

최승달 스바루코리아 대표(53)는 해마다 8월이면 애지중지하며 기르는 난에 물을 주지 않는다. 여름철에는 5일에 한 번꼴로 물을 줘야 하지만 일부러 약 20일 동안 물 공급을 끊는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다. 죽을 고비를 넘긴 난은 본능에 따라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 시련을 겪은 난은 이듬해 봄 예쁜 꽃을 피운다.

4월 ‘레거시’ 등 3종의 차량을 들여와 신차발표회를 열고 5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스바루코리아는 올해 목표를 1000대 판매로 잡았다. 하지만 11월 30일 현재 판매량은 296대로 기대 이하다.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서 만난 최 대표는 “정성을 다해 애정을 쏟으면 은은한 향기로 보답하는 난처럼 진심으로 고객을 대하면 고객도 스바루의 진가를 알아줄 것”이라며 “시련을 겪고 있는 스바루코리아도 난처럼 어려움을 딛고 활짝 꽃을 피울 것”이라고 말했다.

○ 고객 관리 깨달음을 준 20년 친구 ‘난’

최 대표가 난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1990년 지산리조트에서 일할 때부터다. 그해 1월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친구와 직장 동료들에게서 선물로 난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사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안 갔다. 하지만 보내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하면 난을 방치해 둘 수 없었다.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난을 돌봐야 했다.

난을 키우다 보니 관심이 생겼다. 애정을 쏟으니 난도 보답했다. 꽃을 피우고 향기를 냈다. 그렇게 난과 함께 지내다 보니 어느덧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당시 받은 난은 오래된 친구나 가족 같은 존재가 됐다. 중간에 선물로 들어온 난들도 이제는 대부분 10년 이상 됐다. 최 대표는 “난 향기를 맡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난이 꽃을 피우는 모습에서는 성취감도 느낀다”며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마음이 통하는 친구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난에 물을 주고 잎을 닦아 줄 때 정말 행복하다”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난에게 이야기를 하면 마음이 풀릴 정도”라고 덧붙였다.

난뿐만이 아니다. 난에 관심을 갖자 다른 식물에도 눈길이 갔다. 행운목을 비롯해 재스민 등 다른 종류의 식물도 키우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집 2층 발코니를 화분 20여 개로 가득 채웠다”며 “회사 사무실에도 화분 10여 개를 들여 놓고 키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화분 관리가 쉬운 일은 아니다. 적정량의 물을 시간 맞춰 줘야 하고 햇볕도 잘 받게 해야 한다. 여기에 통풍도 신경 써야 하고 영양분도 공급해야 한다. 최 대표는 “이런 일은 열정과 꾸준함이 없으면 못하는데 어느 순간 이 일이 고객을 관리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화분 관리를 하면서 고객을 대할 때 필요한 태도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바루코리아 대표를 맡은 뒤부터 최 대표는 화분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쓴다. 특히 매장에 있는 화분은 중점관리 대상이다. 작은 부분부터 정성을 들여야 고객관리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말에는 타 브랜드 전시장에 들러 매장을 둘러보는데 화분 관리가 안 돼 있으면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한다”며 “직원들에게 사소한 부분이라도 열정과 애정을 갖고 일을 해야 고객의 마음을 열 수 있다고 자주 이야기한다”고 강조했다.

○ 스키… 배려와 기본기의 중요성 알려줘

난 키우기가 정적인 활동이라면 스키는 최 대표가 즐기는 동적인 취미다. 그가 처음 스키를 타기 시작한 것은 1985년 대학을 졸업하고 베어스타운 리조트에 입사하면서부터다. 당시 최 대표는 경기 포천시에 있는 베어스타운 스키장에서 근무했다. 스키도 탈 줄 모르면서 스키장을 찾는 고객을 상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스키를 배웠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스키도 단지 즐기는 운동에 그치지 않았다. 스키장에서 일어나는 일도 그에게는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기본기를 갖추지 않고 무리하게 스키를 타는 경우에 사고가 일어났다. 혼자만 실력이 뛰어나다고 탈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스키를 타다 남까지 다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본기를 갖추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있어야 사고가 나지 않았다. 최 대표는 “성실히 실력을 쌓으려는 자세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영업에서도 중요하다”며 “직원들이 스키를 통해 이런 자세를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 15일 모든 직원에게 스키장 시즌권을 선물로 줬다”고 말했다.

○ “스바루코리아 우뚝 일으켜 세우겠다”

최 대표는 내년 스바루코리아의 도약을 꿈꾼다. 가장 먼저 계획하는 것은 눈길 시승 행사. 최 대표가 좋아하는 스키장의 흰 설원과 ‘눈길에 강한 차’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내년 2월 스키장에서 차량을 시승하는 행사를 열 예정이다. 상반기에는 준중형 세단 임프레자를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누가 찾지 않아도 스스로 향기를 내는 난처럼 실력과 고객에 대한 배려를 스스로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내년 임프레자를 들여와 처음으로 구입하는 고객에게는 스바루코리아의 성장과 고객의 성공을 위해 옛날부터 민간에서 다산을 상징해 온 난을 선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 최승달 대표는

―1957년 경기 고양시 출생

―1977년 서울 마포고 졸업

―1985년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1985년 베어스타운 리조트 입사

―1989년 지산리조트 입사

―1991년 지산골프장 건설사업본부장

―1994년 지산스키장 건설사업본부장

―1998년 지산리조트 영업본부장

―2009년∼지산모터스 대표이사

―2009년∼스바루코리아 대표이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