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의 쥐식빵 사건 대처가 준 교훈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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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빠른 대응으로 피해 최소화, 이익 노린 블랙컨슈머에 경종

2008년 남모 씨(31)는 부산의 한 백화점에서 구입한 건강기능식품이 변질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제조업체로부터 보상금 600만 원을 받았다. 이 점을 이용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남 씨는 미리 사 둔 건강식품에 주사기로 우유 등을 넣어 일부러 부패되도록 하는 방법으로 1700여만 원을 챙기다 덜미를 잡혀 경찰에 구속됐다.

한 화장품 회사는 자신을 ‘지방 거주자’로 밝힌 한 소비자가 “화장품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며 항의방문을 와 왕복 교통비를 요구해 이를 들어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사람은 화장품 회사를 돌아다니며 같은 수법으로 돈을 뜯어냈다.

기업들을 괴롭히는 악성 소비자(블랙컨슈머) 피해 사례는 사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08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300개 국내 기업 중 261곳(87.1%)이 근거 없이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 민원을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공연티켓 판매업체들도 블랙컨슈머에게 시달리고 있다. 공연티켓 업체들은 최근 표를 구매해 다른 사람들에게 재판매한 블랙컨슈머들이 “표를 분실했다”며 재발급받은 뒤 표를 이중으로 팔아넘겨 일반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쟁업체인 뚜레쥬르 빵집 가맹점주 남편의 ‘자작극’으로 결론이 난 파리바게뜨의 ‘쥐식빵’ 사건은 무분별한 블랙컨슈머들에게 경종을 울린 계기가 됐다. 기업들은 SPC그룹의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가 최소화됐다고 평가한다. SPC그룹의 대응은 무엇이 달랐을까.

SPC그룹이 그룹 내에 상황반을 꾸린 것은 23일 아침. 문제의 글이 이날 오전 2시경 게시된 점을 감안하면 초동 대처부터 빨랐다. SPC그룹 관계자는 “이물질 발견 사고 시 가동하는 비상연락망을 통해 사내 관계자들은 출근 전 이미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비상상황반은 대외협력실과 홍보팀, 품질관리 부서 및 식품연구소, 영업, 마케팅, 법무팀 관계자 등 전사적인 차원에서 조직됐다.

SPC그룹은 사내 식품연구소와 가맹점에 확인해 공장과 점포에서는 이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제품에 이물질이 나오면 통상 본사나 매장으로 신고가 접수되는 데 반해 이번에는 그런 신고가 없었음에 주목하고 자작극을 의심한 뒤 23일 오전 곧바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기자단 브리핑에서는 이물질(돼지고기)을 넣은 채 식빵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시연했다.

경찰과의 공조도 긴밀했다. SPC그룹은 문제의 식빵을 팔았다고 지목된 점포 인근 지역에 대한 자체 탐문조사를 벌여 해당 제품을 구매한 아동이 경쟁사 점포의 자녀임을 확인하고 이 사실을 곧바로 경찰서에 제보했다. 이 그룹 관계자는 “자체 조사를 통해 파악한 내용을 경찰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제가 사태의 조기 수습과 종결에 큰 몫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조기 수습에는 행운도 따랐다. 보통 보상을 노리는 악성 소비자들은 본사에 연락해 ‘협상’을 시도하다 잘 안되면 언론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신고하지만 이번 사건은 인터넷에 게시물을 올리는 것으로 그쳐 의심을 부추겼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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