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경영의 힘, 금융위기때 더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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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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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뉴스위크 보도

‘어려운 시기에는 가족 기업의 실적이 좋다(In Hard Times, Family Firms Do Better)’는 제목의 뉴스위크 2011년 특별판 기사 일부. 사진은 가전쇼에 참가한 삼성전자의 대규모 부스 모습이다.
‘어려운 시기에는 가족 기업의 실적이 좋다(In Hard Times, Family Firms Do Better)’는 제목의 뉴스위크 2011년 특별판 기사 일부. 사진은 가전쇼에 참가한 삼성전자의 대규모 부스 모습이다.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올해 3월 24일 이 말과 함께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임직원들의 위기의식을 고취시키면서 성공적으로 삼성그룹 내 구심점 역할을 되찾았다. 그로부터 약 6개월 후 스마트폰 대응 실패로 위기에 빠진 LG전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2010년 한 해 한국 대표기업들의 화두 중 하나는 ‘오너의 복귀’였다. 1997년 외환위기가 왔을 때 위기를 불러온 원인의 하나로 지목받았던 국내 대기업의 가족 경영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는 긍정적인 측면에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발간된 2011년 특별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족 기업들의 성적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등의 연구를 인용하면서 가족 기업들은 침체기에 경쟁사보다 더 나은 실적을 냈고 많은 경우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더 나은 위치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가족 기업으로는 한국의 삼성과 독일 자동차 메이커인 BMW, 미국의 유통 기업 월마트를 꼽았다.

가족 기업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부채가 적고 현금 보유량이 많아 신용시장이 경색됐을 때 자금 조달이 원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침체 기간에도 연구개발(R&D) 부문에 투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맥킨지의 연구에 따르면 2008년 위기 때 미국과 서유럽의 평균적인 가족 경영 기업의 부채비율이 25%였던 반면 비가족 경영 기업의 경우는 40%였다.

상장된 기업들은 위기를 겪으며 단기 실적 하락에 대한 주주들과 애널리스트들의 압박에 눌려 성급한 비용 삭감과 감원을 단행하며 협력사들과 유대관계가 약해졌다. 반면 가족 기업들은 어려운 시기를 오너의 리더십 아래 함께 헤쳐 나가곤 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08년 “(경제가) 어렵다고 사람 내보내면 안 된다”고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성공한 가족 기업 중에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외부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1990년대 후반 이후 10여 년 동안 삼성전자에서 오너인 이건희 회장과 전문경영인인 윤종용 부회장이 보여준 파트너십이 좋은 사례다.

이러한 장점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유럽 4000여 개 기업의 성과를 비교 연구한 하버드대 경영대학 벨렌 빌라롱가 교수는 2006∼2009년 가족 경영 기업들은 비가족 경영 기업보다 2% 빠른 매출 증가를 보였고 시장 가치도 경쟁사 대비 6%가량 높았다고 설명했다. 뉴스위크는 혈연에 의한 가족 경영이 위기 시 시장 침체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으나 세계 경제를 더 안정적으로 성장하게 할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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