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으로 취업뚫기]롯데백화점 이현정-임형섭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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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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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이 다른 업종보다 더 강조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백화점 직원들도 그중 하나다. 올해 1, 2월 롯데백화점 인턴사원을 거쳐 7월 정식 사원으로 채용된 임형섭 씨(26·사진 오른쪽)와 이현정 씨(23·여·사진 왼쪽)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본점 화장품 매장에서 30여 개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는 임 씨, 영등포점 여성복 매장에서 20여 개 브랜드를 맡고 있는 이 씨는 모두 웃는 얼굴이 습관이 된 ‘친절 사원’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을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만든 것은 ‘오기’도 한몫했다. 막무가내로 몽니 부리는 오기가 아니라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긍정적 오기’다.》
○ 롯데백화점 입사를 위한 ‘긍정적 오기’

지금도 이 씨의 프로필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마디 한다. 이 씨는 대전외국어고를 졸업했으면서도 KAIST에 진학했고, KAIST를 졸업했으면서도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것. 1월 인턴사원 원서를 제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모든 면접관으로부터 “도대체 왜 백화점에 들어오려 하느냐” “백화점과 안 어울리는 사람 같다. 금방 나갈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 씨는 “면접관들이 내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오기가 발동했다”며 “다른 지원자보다 30여 분 더 길어진 면접 내내 백화점 입사를 위해 일관되게 펼쳐 온 노력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임 씨는 지난해 롯데백화점 공채 시험에 응시했다가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 이런 경우 보통 다른 회사에 지원하지만, 임 씨는 몇 달을 더 기다렸다가 이번에는 롯데백화점 인턴사원에 지원해 합격했다. 그는 “공채 시험 전에 많은 준비를 했는데 그것을 다 풀어내지 못해 많이 안타깝고 서러웠다”며 “제 나름대로 오기를 부려 최종 면접에서 실수한 요인을 철저히 분석해 인턴사원에는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금 돌아오긴 했지만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 것이다.

○ 사소하더라도 유통 관련 경험이 가장 중요

KAIST 출신이라는 이유로 면접관들로부터 ‘오래 못 버틸 사람’으로 잔뜩 오해받은 이 씨가 인턴사원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사소하지만 백화점과 관련된 경험들을 지속적으로 쌓아왔다는 점 때문이다.

늘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이 씨는 대학에서 칵테일 동아리 활동에 전념했고 대표까지 했다. 지금도 웬만한 바에서 파는 수준의 칵테일은 거뜬히 만들어 낼 정도. 칵테일을 만들다 보니 외식업체에 관심을 갖게 됐고, 외식업을 살펴보다가 KAIST 학생다운 호기심 때문에 관심 영역이 유통까지 넓어지게 됐다. 그러던 중 2008년 겨울 리서치조사 전문기관인 TNS코리아에서 3개월간 인턴을 거치면서 백화점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이 씨는 “당시 매장의 상품 진열 방식과 이에 따른 매출 차이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공부보다 재미가 있었다”며 “이후 백화점에서 일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이 씨가 다소 ‘운명적’이었다면 임 씨는 ‘전략적’으로 백화점 입사를 준비했다. 대학 재학 중에는 광고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공모전에 작품을 내기도 했으며 대학 연합 토론동아리 활동을 통해 논리적, 분석적 사고를 익히려고 노력했다. 대학 4학년 때는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회사에서 3개월간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온라인 마케팅을 실무적으로 배울 수도 있었다. 최근 롯데백화점이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이 씨에게는 유리한 점으로 작용했다. 남성으로서는 독특하게 대형 피자 회사의 콜센터에서 피자 주문전화를 가장 가까운 피자 가게에 연결해 주는 아르바이트를 한 점도 면접관들의 관심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

○ ‘질문의 여왕’, ‘성실한 총각’ 강한 인상

인턴기간 이 씨와 함께 생활했던 롯데백화점 직원들은 이 씨를 ‘질문의 여왕’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루에 최소 20개 이상의 질문을 했던 것. 이 씨는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선배들이 인턴에게 먼저 정보를 알려준다거나 말을 걸어주지는 않는다”며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서는 질문을 해야 하고 질문을 통해 얻은 내용을 잘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의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한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회사 직원들과 인간적인 교류를 시작하는 첫 활동이 질문이었다. 이 씨는 “질문과 답이 오가는 사이 선배들과 더 친해졌고 나중에는 휴대전화 문자까지도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며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모습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턴기간과 겹친 설 명절 때 임 씨는 백화점을 통틀어 이 기간에 가장 바쁘고 힘들다는 식품관에서 일했다. 인턴사원인 임 씨는 퇴근 시간인 오후 7시에 일을 마쳐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임 씨는 밤을 새워가며 일하는 직원들을 자발적으로 도왔다. 임 씨가 ‘성실한 총각’으로 각인되는 계기가 됐던 것. 임 씨는 “해야 할 일이 상상 이상이었다”며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명절 선물 유통구조, 백화점에서 식품관의 중요성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후배들에게 “작더라도 어떤 모임의 ‘장(長)’을 해 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임 씨와 이 씨는 모두 학교 동아리에서 회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두 사람은 “여러 다른 생각을 조율해야 하는 자리에 있어본 사람은 조직을 원활하게 움직이는 방법을 안다”며 “이런 경험이 직장생활을 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인사 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좋은 예

유통업에 대한 사전 지식도 필요하지만 매장이라는 현장을 경험하는 것은 학생 신분으로서 새로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생길 때마다 이를 바로바로 물어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단순히 지시한 업무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업무가 왜 필요한지 의미를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밝은 인사성과 기본적인 성실함 및 예절을 갖추는 것은 필수다.


▽나쁜 예


인턴기간에 주어지는 과제를 수행하는 데만 급급해 실습 중인 팀의 공동업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본인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 일이 아닌 것도 먼저 나서서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또 소위 말하는 ‘스펙’을 쌓기 위해 인턴십을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인턴과정은 향후 최종 합격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관문 중 하나이며 본인의 향후 진로나 이력을 위한 소중한 경험이 된다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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