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들, 연말 인사 ‘태풍 주의보’에 바짝 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1일 0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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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현대기아차·SK 등 주요 그룹 인적쇄신 예고
유통·중공업 등 일부 업종은 영향 적을 듯

연말 인사철이 돌아오면서 주요 그룹 임직원들이 이른 '태풍주의보'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오너 3세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삼성과 현대기아차, 주력 계열사의 실적 개선이 관건인 LG, 대규모 조직개편을 앞둔 SK 등 주요 그룹은 큰 폭의 연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유통과 중공업 등 업종의 임직원들은 올 연말 인사를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LG·현대기아차 등은 '태풍주의보' =삼성그룹 총수인 이건희 삼성전자회장은 이미 여러 번 대규모 인적 쇄신을 시사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2일 "어느 시대이건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30일에는 "21세기 리더는 젊어야 한다. 나이 많은 사람은 안 맞다"고 강조했고, 지난 11일에는 "연말 인사는 되도록 넓게 하고 싶다"고 언급하는 등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올 연말 인사는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후 처음 단행하는 정기인사라는 점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42세인 이재용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 삼성그룹은 자연스럽게 3세 경영체제로 넘어가고, 이에 따른 큰 변화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40)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 전무와 차녀인 이서현(37)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의 전진배치 가능성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또 김순택 부회장을 책임자로 하는 그룹조직 복원 방침을 발표하면서, 2008년 7월 전략기획실이 폐지되기 전 갖추고 있던 '회장-전략기획실-계열사'의 삼각편대 체제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도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LG 역시 예년보다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지난 2분기에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데 이어 3분기에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영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최고경영자(CEO) 남용 부회장이 임기 도중 전격 사퇴하고 오너 일가인 구본준 부회장이 그 자리에 앉았고, 사업본부장 5명 중 2명도 뒤따라 바뀌는 등 일찍부터 인적 쇄신이 시작됐다.

연말 후속 인사에서는 조직을 크게 동요시키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침체에 빠진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예년보다는 좀 더 많은 인사이동과 함께 인력 재배치·조직 통폐합 등 구조조정 가능성도 점쳐진다.

LG 관계자는 "다음달 계열사별 정기 임원인사는 '창의와 자율'을 이끄는 리더선발이 주안점"이라며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경영체질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미래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인재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연말 인사는 가속화되고 있는 세대교체와 현대건설 인수 실패에 따른 문책이 키워드다.

지난해에는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의 승진과 함께 40대 중후반의 이사·이사대우급 임원들이 대거 수혈됐다면, 올해는 '정의선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요직에 앉은 임원 중 적지 않은 수가 세대 교체되고, 최근 현대건설 인수 실패가 그 명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룹의 한 관계자는 "올해도 전년과 같은 수준의 인사를 할 계획"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문책 인사설을 부인하고, 품질·연구개발 등 그룹의 핵심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이번 인사의 중점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주력사인 SK에너지의 인사 폭에 관심이 쏠린다.

SK에너지가 내년 1월1일 자로 정유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을 분사하면서 대규모 조직개편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 부문은 SK에너지 내의 회사내회사(CIC)로 운영 중이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이와 관련 최근 "해당 CIC를 맡는 경영진이 대부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해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새로운 회사가 2개 더 생기는 만큼 기획·인사·대외업무 등 핵심영역까지 분할해 독립경영 체제를 바로 도입할 것인지, 아니면 모회사인 SK에너지가 총괄하게 될 것인지가 인사 폭을 결정하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올해 겨울은 따뜻하겠네"=이미 오너 중심의 '친위 체제'를 굳혔거나 인적 쇄신을 일찍 단행한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유통업계 '빅3'인 롯데쇼핑,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는 이미 2~3세 경영 체제가정착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파격 인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격호 회장의 차남 신동빈 부회장이 그룹 후계자 자리를 굳힌 롯데그룹은 임원인사가 다른 회사보다 조금 늦은 내년 2월이라 아직 인사에 관한 동향이 거의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다만, 요즘 신 부회장이 '글로벌 롯데'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해외 인수합병(M&A)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어서 글로벌 인재 영입이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되고, 이철우 롯데쇼핑 대표이사의 연임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07년 말 최대주주인 정지선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친위 체제를 굳힌 현대백화점 그룹은 지난 16일 단행한 인사를 박광혁 영업전략실장과 강대관 현대HCN총괄 대표의 부사장 승진 발령 등 모두 20명 규모의 작은 폭으로 마쳤다.

오너 경영 체제를 단단히 하면서 경영 효율을 끌어올리고, 조직의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말 정용진 부회장이 총괄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 전면에 등장한 지 이제 곧 1년을 맞는다.

해마다 12월 초에 임원인사를 하는 신세계는 정 부회장과 함께 등장한 박건현 백화점 부문 대표, 최병렬 이마트 대표가 부임한 지 1년밖에 안 되는데다 실적도 좋아 정 부회장과 함께 '3두(頭) 체제'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달 말께 인사가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미 지난해 최길선 사장이 물러나고 이재성 오병욱 사장이 일선에 중용된 만큼 올해는 큰 폭의 고위 임원 인사는 없을 전망이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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