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우선협상자’ 따낸 3가지 요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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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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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4100억 차이 ‘절묘한 베팅’ 결정타 ② 겉으론 적통 명분주의, 실제론 가격대결
③ 절체절명 배수진 치고 그룹역량 총동원

16일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자동차그룹을 누르고 현대그룹이 선정되자 시장에서는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다윗’(현대그룹)이 ‘골리앗’(현대차그룹)을 이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그룹은 어떻게 해서 현대차그룹을 이길 수 있었을까.

○ 2위와 차이 ‘유효적절한 금액’

먼저 이번 M&A의 승부를 가른 것은 현대그룹의 ‘절묘한 베팅’이다.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금액은 각각 5조5100억 원과 5조1000억 원. 금액만 놓고 보면 시장에서 예상한 최대 4조 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비합리적으로 높은 가격을 썼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에 사활을 건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과의 금액 차가 4100억 원에 ‘불과(?)’하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현대그룹 내부에선 “5조 원 이상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지만 현대차그룹과 비슷한 가격을 썼을 경우 경영 능력, 자금조달 능력 등 비가격 요소에서 우위에 있는 현대차그룹이 선정됐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인수합병(M&A)시장에서는 1위와 2위의 가격 차가 1위가 제시한 총 인수가격의 5% 이내면 최고의 M&A, 5∼10%면 ‘합격점’으로 평가한다.

현대건설 인수전에서는 두 기업의 금액 차는 4100억 원으로 현대그룹이 제시한 총 인수가격(5조5100억 원)의 7.4% 수준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정도면 현대그룹이 베팅 액수를 매우 잘 썼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성동격서 전략 구사

현대그룹의 역발상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인수전 초반, 시장에선 자금력은 현대차그룹, 명분은 현대그룹이 우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현대그룹이 자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현대그룹은 인수전 내내 명분과 적통성을 강조했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고 정몽헌 회장이 현대건설 회생을 위해 4400억 원에 이르는 사재를 출연했다는 내용 등을 강조하며 명분 쌓기에 다걸기(올인)했다. 이 과정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이 정몽헌 회장에게 모든 재산의 관리를 맡긴다고 쓴 친필 위임장까지 언론에 공개할 정도였다.

이러던 현대그룹이 막판에 자금으로 현대차그룹을 눌렀다. 성동격서(聲東擊西·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친다) 전략이 들어맞은 셈.

○ 절박한 총동원령에 그룹 결집

현대건설이 넘어가면 현대그룹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는 절박함과 그룹의 모든 것을 동원한 결집력도 현대그룹의 승리 요인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물론이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엠, 현대증권 등 계열사들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모았다. 현대그룹은 배수진을 치고 전쟁에 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자금력이 풍부한 포스코 같은 회사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면 현대차가 더욱 긴장했을 것이고,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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