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서울회의 들여다보기 D-9]<1>경찰 사상최대 경호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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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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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숙소 주변 ‘밀집수비’… 골목시위 대비 ‘이동 블로킹’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9일 앞둔 가운데 행사장 주변 경호 경비를 맡고 있는 경찰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G20 서울 회의는 역대 G20 회의와 달리 도심 한가운데 회의장이 있는 데다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통제구역 및 통제시간을 역대 회의 중 가장 짧게 잡고 숙소와 만찬장 등이 여러 곳에 분산된 상황에서 치러진다. 또 옵서버 5개국을 포함한 25개국 정상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7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해 경호 대상은 역대 회의 중 가장 많다. 경호 경비 측면에서 서울 회의는 사상 최악의 여건 속에서 치러지는 셈이다.

○ 역대 최대 규모 경호 경비 작전

정부는 G20 정상회의를 위해 ‘G20경호안전특별법’까지 제정하는 등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G20 정상회의 기간 경찰은 전·의경 2만 명을 포함해 연인원 5만 명이 동원된다. G20 정상회의 역사상 최대 규모다. 캐나다 토론토 정상회의 때 1만9000명, 영국 런던 정상회의 때 6000여 명의 경찰이 동원된 것과 비교할 때 최대 8.3배의 경찰이 투입되는 것이다.

정부는 행사장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를 중심으로 반경 2km 내외를 경호안전구역으로 설정했다. 정상들이 묵는 숙소와 주요 이동로, 공식 만찬장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등도 경호안전구역으로 지정해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집회 시위를 제한하고 있다. 또 코엑스 주변은 3중 경호선을 설치해 일반인과 차량의 출입을 통제한다. 코엑스 주변 및 정상들의 숙소와 주요 이동로를 40여 개 구역으로 나눠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서장 31명과 지방에서 올라오는 10여 명의 서장이 각 구역을 담당하도록 했다.

경찰은 해외 테러 위험에 대비해 해외 폭력시위 전력자 204명의 입국을 금지했고 이들 외에도 이미 입국한 요주의 인사들에 대해선 일대일 밀착마크를 벌이고 있다. G20 정상회의 참가국 경찰관들도 방한해 한국 경찰과 해외 시위대의 동향 및 테러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 경찰이 꼽는 위험요소 1위는 테러

경찰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테러다. 최근 미국과 유럽 주요 공항에 알카에다의 수법으로 추정되는 폭발물 소포가 잇따라 발견되는 등 세계가 테러 ‘비상’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G20 정상회의에 아프간 파병국이 다수 참가하다 보니 테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며 “3대 세습 등으로 내부 사정이 복잡한 북한이 도발할 개연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도심 대규모 반대시위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에 앞서 G20 등 주요 국제 행사가 열릴 때마다 반(反)세계화 폭력시위가 열렸고 이 때문에 회의 자체가 무산되는 사례도 있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 81곳은 ‘G20 대응 민중행동’을 구성하고 7일부터 각종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정상회의가 시작되는 11일 강남 일대에서 G20 항의 집회 및 행진을 하기로 했다. 다만 폭력집회를 예고한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동지회’와 ‘강남 구룡마을’은 ‘국가적 행사에 협조하겠다’며 목소리를 낮추는 분위기다. ○ 한국식 경호 경비 세계가 주목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행사인 만큼 한국식 경호 경비 대책이 빛을 발할지도 주목된다. 한국은 역대 개최국과 달리 직업경찰 외에도 전·의경부대 등 시위 진압을 위한 별도의 상설 경찰부대가 200여 개 있다. 수십 년간의 시위 진압경험을 통해 쌓아온 ‘진압 노하우’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선 한국적 상황을 감안한 경호 경비 대책이 등장한다. 경찰이 코엑스 반경 600m 지역에 설치하기로 한 이동식 차단막인 ‘담쟁이 라인’이 대표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 번 모였다가 흩어져 골목 등으로 들어가 산발적인 시위를 하는 한국 시위대들을 막기 위해 행사장 주변 골목 입구마다 이동식 차단막을 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버스를 이용해 시위대의 진입을 저지하는 ‘차벽’도 G20 행사 때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역대 회의와 달리 최루탄 한 발 쏘지 않고도 안전하게 행사를 개최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軍, 철통경호하되 눈에 안띄게 ▼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동안 군(軍)이 맡은 경호·경비 임무는 막중하다. 육해공 3군의 정예 전력을 총동원해 지상과 하늘, 바다에서 작전을 펼치며 건군 이래 가장 치밀한 경계태세를 펼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 기간에 군의 모습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군은 맡은 임무는 완벽하게 하되 시야에서는 완전히 사라지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그림자 경계’ 지시에 따라 일체의 홍보도 하지 않을 방침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달 말 경계태세를 ‘최고 수준의 군사대비태세’로 상향시키고 육해공 60여 개 부대의 병력 1만여 명과 F-15K 전투기, KDX-Ⅱ 구축함 등 첨단전력을 동원했다. 서울의 주요 행사장과 숙소 경비는 물론이고 북한의 국지도발 대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육군의 주요 임무는 회의장과 각국 대표단 숙소, 이동로, 공항 등의 외곽 취약지역 경비이다. 회의장 인근 지역에는 46개 부대 9100여 명이 배치된다.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로 구성된 경호작전부대는 행사장 외곽 경계와 대테러 임무를 수행한다. 폭발물이나 독가스, 납치 테러 등에 대비한 특전사 테러요원도 비상 대기한다. 차량테러 방지 장비, 독가스 제거차량 등 각종 장비 71개 품목 15만8000여 점도 지원한다.

공군은 외국 정상과 대표단이 입국과 출국하는 서울공항에 대한 철통경비와 공중 경호작전을 맡는다. 외국 귀빈들이 입·출국할 때 F-15K와 KF-16 등 공군 전투기들이 특별 초계비행에 나서고 인근 상공의 감시 정찰을 대폭 강화한다. 군 관계자는 “요인 전용기가 우리 영공에 진입할 때 충주와 서산 등 전투비행단에서 전투기가 출격해 공중에서 경호한다”고 설명한다. 행사장 인근에는 대공 방어망도 촘촘하게 배치한다. 기존 방어망 외에 이동식 방어장비를 배치해 초계 비행하는 전투기들과 입체적인 방어망을 구축한다.

해군은 인천공항 주변 해상에 서해 2함대 함정들을 집중 배치해 해경과 함께 경비를 맡는다. KDX-Ⅱ 구축함, PCC 초계함 등 전력을 배치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의 침범이나 해안포 발사 등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비하는 한편 위급한 해상사고에 대비해 구조함 및 구조헬기도 대기시킬 계획이다.

한편 한미 양국 군 당국은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기 위해 연합 감시자산을 늘려 운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군사위성과 정찰기 U-2, RC-800 등을 강화해 운용하며 일본에 배치돼 있는 공중조기경보기(AWACS)도 동원할 예정이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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