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트리플 강세는 왜 나타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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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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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금, 경기 회복속도 빠른 신흥국으로
성격 다른 주가-채권 동반 상승… 원화도 강세

《 요즘 경제 관련 기사에서 ‘트리플 강세’라는 말을 자주 접합니다. 트리플 강세가 무엇이고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지요?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주나요? 》
한국을 비롯해 신흥국 금융시장은 트리플 강세가 핫이슈입니다. 트리플 강세는 3대 금융시장 지표인 주가와 채권 가격(채권 금리 하락), 원화 가치(원-달러 환율 하락)가 동시에 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최근 한국 금융시장은 ‘슈퍼 트리플 강세’라고 할 만합니다.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는 지난달 10일 1,800 고지를 넘어선 뒤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이달 6일 1,900 선을 돌파했습니다. 주가가 1,900을 뚫은 것은 2007년 12월 27일 이후 2년 10개월 만입니다.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지난달 초 3.5%대 아래로 주저앉은 뒤 이달 14일 한국은행이 석 달째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역대 사상 최저금리(2004년 12월 7일의 3.24%)를 경신하며 3.08%로 급락했습니다. 다음 날인 15일도 사상 최저치를 갈아 치우며 3.05%까지 추락했습니다.

달러당 원화 환율도 7월 23일 1200원 아래로 내려앉은 뒤 이달 6일 1110원대로 급락했습니다. 8월 31일 1198.1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15일(1111.40원)까지 한 달 보름 동안 무려 86.7원이나 떨어졌습니다. 이재만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과 신용카드 부실 사태가 터졌던 2003년에도 트리플 강세였다”며 “지금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트리플 강세는 위기 이후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통상 성격이 다른 주가(위험자산)와 채권(안전자산)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동반 강세를 보인다는 것은 위기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비관론(안전자산 선호)과 낙관론(위험자산 선호)이 공존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 트리플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걸까요.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저금리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최근 경기 부양과 환율 방어를 위해 양적 완화 정책까지 취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풀고 있기 때문입니다. 풍부해진 글로벌 자금(유동성)이 상대적으로 경기회복세가 빠른 한국 등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대거 몰려들면서 신흥국 주식과 채권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죠.

올 들어 9월 말까지 외국인 자금은 국내 주식을 12조1754억 원어치 사들였습니다. 지난달 3조7209억 원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15일까지 2조6751억 원을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랠리를 이끌었습니다. 채권도 올 들어 16조8013억 원어치를 순투자했습니다. 달러 약세에 따른 원화 강세는 이처럼 몰려든 글로벌 자금 유입에 따라 더욱 강세를 띠는 형국을 보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다른 신흥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흥국의 주식과 채권형펀드 모두 지난주까지 20주 연속 자금을 빨아들였다”며 “신흥국 자금 유입은 선진국보다 6배 정도 세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리플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다시 악재에 빠지거나 선진국 경기가 좋아져 금리 인상에 나서면 신흥국에 쏠렸던 글로벌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 외국인이 만들어놓은 트리플 강세는 바로 약세로 반전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습니다. 경기선행지수가 꺾이는 등 국내 실물경제는 여전히 불안한데 주식이나 채권만 비정상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자산시장의 버블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또 7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외국인의 채권 매수로 시장 금리가 오히려 내려간 것처럼 외국인 자금 유입이 계속되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브라질 태국 등 일부 신흥국은 외국인 국공채 투자에 각종 세금을 부과하며 글로벌 자금 유입을 차단하고 나섰습니다. 인도 역시 외국인 자금 유입을 막는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18일 투기 목적의 외국인 자금 유입을 제어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는데요. 한국이 브라질 태국처럼 외국인 거래에 직접 세금을 부과하기는 어려운 만큼 외화 유입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지혜를 최대한 짜내야 할 것입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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