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상 운산 회장이 세운 美나파밸리 와이너리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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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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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0점 와인 포도밭 자부심… 발효때 클래식 틀며 ‘지극정성’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있는 다나 에스테이트에서 15일 와인을 시음하는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 이날 프랑스 보르도의 ‘슈퍼 세컨드’ 와인 3종과 미국 나파밸리 와인 2종 블라인드 시음회에서 다나의 ‘온다도로’가 1등을 했다. 나파밸리=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있는 다나 에스테이트에서 15일 와인을 시음하는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 이날 프랑스 보르도의 ‘슈퍼 세컨드’ 와인 3종과 미국 나파밸리 와인 2종 블라인드 시음회에서 다나의 ‘온다도로’가 1등을 했다. 나파밸리=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포도나무가 줄지어 선 비탈진 산등성이. 거센 바람이 달려와 모자를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파른 이 포도밭은 특별한 곳이다.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 씨가 지난해 말 100점을 준 ‘다나 에스테이트 로터스 빈여드 2007’이 이 밭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65)이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세운 와이너리. 이 회장의 맏사위이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인 전재만 상무(39)가 미국에 거주하면서 2007년부터 와이너리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이 와이너리는 세 군데에 포도밭이 있으며 이곳에서 재배한 포도로 미국에서만 유통하는 ‘다나 로터스’ ‘다나 허시’ ‘다나 헬름스’와 국내에서도 접할 수 있는 ‘온다도로’ ‘바소’를 만든다. ‘다나 로터스’가 최고급 와인이다.

이 밭에서는 포도를 1에이커(4046m²·약 1224평)에 2t꼴로 생산한다. 나파밸리 평균이 5t이며 저가 와인용 포도는 20t까지 수확하기도 한다. 전 상무는 “오냐오냐 키운 아이가 버릇이 없는 것처럼 포도나무도 그렇게 돌보면 포도의 품질이 떨어진다”면서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좋은 포도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와인을 만드는 전 과정을 살피는 한편 나파밸리의 다른 와인 생산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주력한다. 와인과 와인산업에 대한 지식이 해박해 전문가 수준이었다.

세심한 손길로 수확한 포도는 쓴맛이 나는 포도 줄기를 제거하고 알알이 수작업으로 검수한 뒤 3∼4t짜리 시멘트탱크에서 1차 발효를 거친 뒤 프랑스산 오크통으로 옮겨진다. 이 와이너리에서는 와인을 ‘살아 있는 것’으로 여겨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다. 전 상무는 “한 일꾼이 멕시코 음악을 크게 틀어놨다가 이 회장께 혼이 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100점 와인’ 다나 로터스는 미국에서 메일링리스트를 통해서만 판매한다. 한 해 생산량이 2600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리스트에 1000명이 올라 있으며 대기자가 3000명에 이른다. 지난해 말 파커 포인트가 발표된 당일에만 80여 명이 와이너리로 전화를 걸어와 리스트에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 와인은 현재 병당 275달러에 판매하는데 내년부터 325달러로 인상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매달 일주일간 나파밸리에 머물며 직접 포도나무를 돌보는 등 정성과 열정을 와이너리에 쏟는다. 그는 “와인만큼은 대기업의 경제논리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익을 따지기보다는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나파밸리=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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