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강한 기업의 리더 양성과 ‘승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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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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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흑인 여성인 우르술라 번스가 100년 기업 제록스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그는 포천 500대 기업의 수장이 된 최초의 흑인 여성이다. 제록스는 최초로 여성에서 여성으로 CEO 자리가 승계된 포천 500대 기업으로 남게 됐다.

그런데 이 일은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미 제록스가 2007년에 번스를 다음 CEO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기 때문에 승계 소식 자체는 뉴스가 되지 못했다. 위기의 제록스를 구해낸 리더십으로 유명한 전임 CEO 앤 멀케이는 “2001년 내가 CEO가 된 바로 그해부터 이사회는 이미 누가 다음 리더가 돼야 하는지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논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진행됐다. 첫째, ‘내일 누군가 CEO 자리를 대신해야 할 급한 상황이 생긴다면?’, 둘째 ‘누군가를 CEO로 양성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이었다. 당시 4명의 후계자 후보 중 번스는 두 번째 시나리오에 꼭 맞는 사람이었다.

후계자 양성 계획에 따라 번스는 차차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맡게 됐다. 2005년 그는 이미 제록스 사업의 절반 정도를 관장했다. 오프라 윈프리에 이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으로 꼽히며 ‘재계의 콘돌리자 라이스’라는 별명도 얻었다.

전임 CEO 멀케이의 근황은 어떨까. 그는 최근 사임 의사를 밝힌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의 후임자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제대로 된 리더 육성과 승계관리는 전임자와 후임자, 회사 모두에게 득이 된다.

2010년 초가을 법규 위반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라응찬 회장이 신상훈 사장을 고소하면서 촉발된 신한금융 사태가 수습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 주가는 출렁였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신한은행 및 계열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혹자는 사태의 원인을 권력욕에 휩싸인 ‘사람’의 문제로 본다. 배후에 있는 유력 정치인들 간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감독기관은 지배구조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손보겠다고 한다.

기자는 이번 사태를 승계관리의 관점에서 한국 기업의 경영 체계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사태의 진짜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승계관리가 잘 되어 있었더라면 브랜드 가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고위 경영진이 갑자기 사퇴해야 하는 상황이 왔지만 누구도 대비책을 세우지 못했던 게 문제였다.

승계관리에 탁월한 글로벌 기업들은 어땠을까? 2004년 맥도널드의 짐 칸탈루포 회장이 심장발작으로 손쓸 틈 없이 사망했다. 그런데 맥도널드 이사회는 사망 후 2시간 만에 신임 CEO를 선임해 혼란을 최소화했다. 미리 다음 후계자를 정해 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GE에는 ‘트럭 리스트’가 있다. 고위 임원이 트럭에 치였을 때 차례로 그를 대신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나열해 놓은 것이다.

경영 전문가들은 “승계관리의 성공은 놀라움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고 입을 모은다.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 후임자를 육성해야 어떤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장수 기업을 지향한다면 리더 양성과 승계 관리에 주목해야 한다.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교육센터장 epicij@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7호(2010년 10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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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빠른 방임형 조직이 미래 이끈다
스페셜리포트

1993년 ‘매버릭’이란 베스트셀러를 통해 대표적인 회생 사례로 소개된 브라질 기업 셈코.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리카르도 세믈러는 ‘관리와 통제’라는 규칙을 포기함으로써 도산 위기에 처한 회사를 극적으로 살렸다. 그는 관리와 통제가 직원 사기를 더 떨어뜨리고 보신주의를 키워 조직 분위기를 나빠지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팀(team)’은 1970년대 말 2차 오일쇼크 이후 일본 기업의 약진으로 피해를 본 미국 기업들이 동양식 ‘집단주의’를 배우기 위해 도입한 조직이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승진 적체를 해소하고 단기 성과를 높인다는 미명으로 팀을 받아들였다. 과연 미래에 적합한 조직은 어떤 모습일까. 지식과 기술을 융합해야 하는 미래 시대에는 좀 더 진화된 조직 패러다임으로서의 ‘T.E.A.M.’이 필요하다. 즉, 융합을 촉진하고(Together), 각자의 역량 계발을 자극하고(Expert), 가볍고 민첩하며(Agile), 사람다운(Manlike) 조직이어야 한다. 송계전 피플솔루션 대표가 미래형 조직과 성공 요건을 분석했다.

당나라 설인귀는 왜 대비천 전투에 실패했나
▼전쟁과 경영


설인귀는 중국 당나라 시대 최고 무장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최대 전성기는 668년 고구려 멸망 시기로 당나라 장수 10여 명을 쏘아 죽인 고구려 용사를 단신으로 돌격해 생포해왔다는 식의 무용담이 전해진다. 하지만 그는 669년 당나라가 토번(티베트족 국가) 정벌을 위해 투입한 전투에서 대패했다. 결정적 패인은 군량 보급을 맡은 설인귀 휘하 장수 곽대봉의 명령 위반 탓이었다. 전투가 벌어진 대비천 지역은 해발 4000m의 고원지대로 날씨가 험악한 데다 주변에 식량을 조달할 도시나 마을이 거의 없는 오지였다. 곽대봉은 산에 요새를 구축해 보급품을 지키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고 설인귀의 뒤를 따르다 티베트군에게 모든 군량을 빼앗겼다. 결국 굶주린 당군 10만 명이 전멸했다. 대비천 패배의 1차 원인은 곽대봉의 명령 불복종이지만 설인귀 역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이 전혀 없었다. 전략과 전술은 언제나 상대편의 형편에서 봐야 하고, 모든 계획은 최선과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 임용한 경기도 문화재 전문위원이 대비천 전투 패배의 교훈을 정리했다.

이해 충돌하는 2가지 비즈니스 모델 써야 한다면…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항공, 미디어, 은행 등 다양한 산업에서 오랫동안 입지를 다져온 기성 업체가 새롭게 등장한 파괴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침략을 받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침략자로 간주할 수 있는 업체가 성공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려 나가면 기성 업체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다. 마이클 포터 교수를 비롯한 전략 이론가들은 같은 산업 내에서 서로 다른 2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동시에 관리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한다. 2개의 비즈니스 모델 기저에 깔려 있는 가치사슬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가 항공사와 경쟁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비행기 티켓을 팔면 기존 유통업자와의 관계가 소원해질 위험이 있다. 즉, 저가 전략과 차별화 전략 둘 다를 이용해 경쟁하려다 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될까.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가 파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솔루션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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