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세일에 웬 ‘소녀시대’ 단속반?

동아일보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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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반 “마네킹 3~5개 지켜라” 의류매장과 신경전진열된 옷 간격 놓고 태권도 동작으로 점검하기도

“현재 여성복 매장에 ‘소녀시대’ 출현, 점검반 즉시 출동요망….” 소녀시대 공연을 막기 위해 백화점에서 단속반이 떴다?

인기 아이돌 걸그룹 소녀시대 얘기가 아니다. ‘소녀시대’는 백화점에 입점한 의류 매장에 판촉용으로 전시한 마네킹의 숫자가 규정보다 늘어날 때를 지칭하는 백화점 업계의 은어다.

가을 세일이 막바지에 접어든 요즘 백화점 의류 매장이 고객의 눈길을 가능한 많이, 오래 붙잡아 매출로 연결시키기 위해 너도나도 전시용 마네킹을 늘리고 나서면서 백화점 의류매장 복도는 몸살을 앓고 있다. 통상적으로 의류 매장 1개에 적정 마네킹은 3∼5개 선. 하지만 가을 세일 대목을 놓칠 수 없는 의류 매장들이 마네킹을 야금야금 늘려 6개를 넘기는 곳이 많아지면서 백화점 측이 점검반을 꾸려 제지에 나선 것.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가 총 9명인 것에 착안해 마네킹이 6명을 넘기면 ‘소녀시대가 공연할 것 같다’고 표현한다. 이 때문에 백화점은 암행점검반을 꾸려 의류 매장을 돌며 ‘소녀시대 출현 예상 매장’을 집중 관리한다. 현대백화점 커뮤니케이션팀 최원형 팀장은 “세일 막바지로 갈수록 ‘소녀시대 공연’이 늘어난다”며 “직원들이 입점 업체를 찾아가 ‘가급적 4, 5인조로 줄여서 공연해 달라’고 읍소한다”고 말했다.

백화점 의류매장 암행점검반의 임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의류 매장 내에 진열된 옷 사이에 수시로 주먹을 넣었다 뺐다 하며 태권도 동작을 연상케 할 때도 있다. 여름철 매출이 부진했던 가을 의류에 더해 간절기 의류, 겨울 신상품 등이 동시에 입고된 올해 가을 세일기간에는 전시할 옷이 크게 늘면서 옷이 너무 빽빽하게 걸리는 일이 자주 있기 때문.

암행점검반은 진열대에 걸린 옷과 옷 사이 간격이 주먹 하나 이상의 공간을 유지해 쇼핑에 불편이 없도록 확인하려고 주먹 내지르기 동작을 반복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각 점포가 판매 의욕이 앞서 너무 많은 물건을 전시하면 쇼핑하러 온 고객들이 지쳐 구매욕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수시로 암행점검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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