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신뢰 기초한 조언자는 투자의 든든한 우군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4일 03시 00분


이번 주 격언- 성실한 조언자를 두어라

선거 때마다 거짓공약을 남발해 당선된 뒤 오랫동안 승승장구하던 한 정치인이 죽어서 저승에 갔다. 저승사자와 함께 저승길로 들어서는데 입구 주변에 수많은 등불이 이름표를 단 채 깜박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정치인은 궁금한 생각이 들어 이 등불들이 무엇인지 물었다. 저승사자가 설명하길 죽은 사람마다 등불이 하나씩 정해져 있는데 생전에 거짓말을 한 횟수만큼 깜박인다는 것이다. 정치인이 등불을 자세히 살펴보니 자주 깜박이는 게 있는가 하면 거의 깜박거리지 않는 것도 있었다. 정치인은 자신의 등불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저승사자에게 물었다. “당신의 등불은 저승의 교통신호등으로 쓰고 있소.” 저승사자의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증권가에서 이름을 날리던 한 증권맨이 저승에 갔다. 그는 지점에서 수년간 근무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을 관리했고 리서치센터로 옮겨서는 기업분석과 투자전략 업무를 두루 거치며 수많은 보고서를 쓰고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도 숱하게 했다. 은퇴한 뒤에는 증권 전문 케이블TV의 시황전망 프로그램도 맡아 활약했다. 그 증권맨도 저승길 입구에서 자신의 등불이 어디에 있는지 찾았다. 저승사자는 증권맨을 힐끗 보고는 답했다. “당신의 등불은 저승의 나이트클럽 천장에 매달아 깜박이등(미러볼)으로 쓰고 있소.”

주식시장을 전망하다 보면 족집게처럼 잘 맞히기보다는 어긋날 때가 많다. 증시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로 특히 전문가 전망이 틀리면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전문가 전망을 참고해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본인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소 자기에게 성실하게 조언해줄 수 있는 조언자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초보 투자자일수록 성실한 조언자가 중요하다. 조언자는 직장 동료나 지인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주식매매를 도와주는 증권사 영업직원일 수도 있다. 조언자가 주식투자에 어느 정도 경력이 있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신뢰다. 조언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나 투자경험을 최대한 활용해 성실하게 조언해야 하고 조언을 받아들이는 이는 조언 결과에 시비를 걸지 말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즐거운 일도 겪고 괴로운 일도 당하게 된다. 좋은 일이 있을 때 기쁨을 같이할 친구가 있으면 기쁨은 더 커질 것이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위로해주고 조언해줄 친구가 있으면 보다 수월하게 헤쳐 나갈 수 있다. 주식투자라는 험한 바다를 헤쳐 나갈 때도 오랜 친구 같은 성실한 조언자가 필요할 때가 많다. 투자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을 정도로 경험이 많고 결단력이 있다면 조언자의 도움이 덜 필요하겠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중요한 매매 결정을 앞두고 항상 우왕좌왕하고 그러다 실수를 저지를 때가 많다.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에는 주도 종목을 잘 골라 남보다 높은 수익을 얻고 시장이 약세일 때는 리스크 관리를 잘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게 당연하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이 선뜻 의사결정을 하지 못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투자의 귀재라고 일컫는 워런 버핏도 주변의 여러 믿을 만한 사람을 통해서 사업과 투자 철학의 지혜를 얻었다고 한다. 특히 그가 가장 믿고 기댄 조언자는 아내 수전이었다.

투자 결과가 좋으면 ‘제 탓’이고 결과가 나쁘면 ‘남 탓’으로 돌리는 투자자들이 종종 눈에 띈다. 이런 사람에게 조언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친구 하나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삭막하고 외롭듯이 성실한 조언자 없이 주식투자하는 것 또한 고달픈 일이다. 따라서 겸허하게 투자 조언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지니고 주변에 한두 명의 성실한 조언자를 반드시 두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