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관광, 슈퍼 엔고 반사이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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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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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거리 쇼핑관광객 늘어나 작년 환율효과 재연 예상”
자동차 전자 조선 IT업계… 가격 유리하지만 실익 적어

최근 ‘슈퍼 엔고’가 이어지면서 유통·관광업계를 중심으로 국내 산업계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원화에 대한 일본 엔화의 가치가 높아지면 일본인 관광객의 구매력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자동차 조선 전자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어느 정도의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엔고 현상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일부 국내 수출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 유통-여행업계 “반갑다, 슈퍼 엔고”

27일 기준 100엔당 원화는 1415.67원. 엔화 가치는 3개월 전인 5월 말 기준 1318.54원에 비해 100원 가까이 치솟았다. 올해 첫 외환거래일인 1월 4일에는 100엔당 1256.50원이었다.

이처럼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자 유통업계와 여행업계는 100엔당 원화 가치가 1500원 대까지 올랐던 지난해 초와 비슷한 ‘환율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4월의 일본인 관광객은 2008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가까이 늘어났다. 여행업계는 일본인들이 여름 장거리 여행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단거리 쇼핑관광’에 눈을 돌리는 가을이 되면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광객이 늘어날 경우 항공업계 역시 엔고에 따른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화물운송사업 역시 일본에 비해 수출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나타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은 유통업계에도 희소식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100엔당 원화 가치가 1170원대에서 1200원대를 오르내리던 올해 4월에 비해 7, 8월에 일본인이 구매한 일평균 구매 건수는 24.3%, 일평균 매출은 47.7%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올해 들어 일본인 관광객이 세금 환급을 신청한 금액은 4월 5400만 원에서 이달 8700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엔화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한국으로의 쇼핑관광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전자·자동차업계 “슈퍼 엔고라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을 벌이는 국내 전자·조선업계 등도 일단 ‘가격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유리하다. 하지만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이나 제조 장비의 수입 단가가 높아지는 데다 최근에는 해외 생산도 비중이 커 큰 반사이익은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 이들 업계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 생산 비중이 높기 때문에 엔고 현상에 따른 수출경쟁력 제고의 효과가 크지 않다”며 “엔화 가치가 오르면 일본에서 수입하는 전자부품 및 장비의 가격이 오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일단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미국 자동차시장 등에서 일본차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데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 들여오는 부품이 크게 줄어들어 수입 부담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엔화 강세의 원인이 과거처럼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에서 나타났던 엔고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나타났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가 자칫 ‘더블딥’에 빠질 경우 시장 자체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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