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더블딥 우려’에 한국 금융시장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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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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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용회복 늦어져 주택가격 추가 하락 불가피
국내증시 당분간 출렁댈 듯… 경기 활력 둔화 예상

국내 경제 환경을 둘러싼 적신호가 곳곳에 켜지고 있다. 미국이 지난달 예상치보다 크게 낮아진 경제성장률 잠정치를 발표하면서 경기회복세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중국마저 3분기에는 경제성장률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세계 경제가 자칫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아직은 견조한 한국경제도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 美 2분기 GDP 성장률 기대치 못미쳐

미 상무부는 27일(현지 시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이 1.6%라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1.4%보다는 높았지만 지난달 발표된 경제성장률 기대치(2.4%)보다는 무려 0.8%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달 초 성명으로 발표한 경기회복세 둔화가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중국도 경제성장률이 2분기 10.3%에서 3분기에는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두 엔진 가운데 하나는 꺼져가고 하나는 힘이 꺾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7일 장중 한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0,000 선이 붕괴됐다. 하지만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연례 콘퍼런스 발표에서 “추가적인 대응책을 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반등에 성공해 10,150.70으로 마감했다.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일단은 먹힌 것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미국의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더블딥은 엄밀하게 말하면 다시 마이너스 성장에 들어간다는 것으로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이미 제로금리인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과거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정부가 유동성을 풀어도 민간경제가 자생력이 없으면 시중에 자금이 돌지 않으면서 경기회복이 진전되지 않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경기침체기에는 정책금리를 내리면 장·단기 금리차이가 확대되다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을 반복했고 이를 ‘FRB 의장 효과’로 불렀다”며 “이번에는 정책금리가 제로 수준이어서 예전과 같은 ‘버냉키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FRB에서 또 다른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지만 고용회복이 늦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진 주택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기에는 부담이 크다.

○ 中 부양책 시작되면 반등 가능성도

한국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7.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빠른 회복세를 타고 올해 한국 경제가 8년 만에 최고치인 5.9%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하면 국내 경기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가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주춤거리면 활력이 둔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경기회복세 둔화가 가시화되는 데다 국내 경기선행지수도 6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9일 1160.10원까지 내려간 원-달러 환율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27일 1196.60원까지 올랐다. 이달 중 1,790.60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27일 1,729.56으로 고점 대비 3.4%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고 국내 경기가 미국보다 기초체력이 좋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신산업 육성 등 경기부양책을 펴기 시작하면 기간 조정을 끝낸 뒤 반등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번 주에 잇달아 발표될 미국 중국의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금융시장의 향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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